머드팩을 좀 해봤습니다 by 민근

는 뻥이고 그냥 조소 모델.

면접도 다 끝나고 잉여롭게 생활하다가, 놀면 뭐하나 싶어서 강남에 있는 모 조소학원에서 풀데이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예전에도 두상모델을 한 번 해봤는데 그때랑은 분위기가 좀 다르더군요. 입시를 앞둔 미대생들은 정말 무워요. 얼굴을 뜯어먹을 것처럼 쳐다봄. 13시간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거였는데 저녁먹을 때 쯤엔 이미 멘탈 붕괴... 5분에 한 번씩 방향전환하고 40분마다 쉬긴 하는데 그래도 면벽수도하는 달마대사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보통 조소과 입시 실기시험은 5시간 정도 진행된다고 하더군요. 연말에 실기연습 끝날 때 쯤이면 애들이 손에서 피가 터진다고 하네요.

 
학생들 실력도 천차만별이어서 전혀 안 닮게 만드는 애들도 있고, 섬뜩할 정도로 카피를 해버리는 애들도 있습니다. 나의 2중 팔자주름을 저렇게 완벽히 재현하다니... 
이게 다 접니다. 저렇게 떼거리로 모아놓고 보니까 살짝 무섭기도 하더라구요. 밤에 혼자서 자기 얼굴 본딴 두상 20여 개에 둘러싸여 있으면 진짜 소름돋을듯. 

힘들지만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조소과 입시 준비생들 모두 열심히 해서 좋은 결실 맺으세요.


 

서울대 검도부와 교류전 by 민근

서울대는 도장이 참 넓다. 원래 태권도부와 칸막이를 쳐서 나눠가지고 사용하는데 교류전 할 때는 항상 전체를 사용했다. 오늘도 역시 넓은 도장 전체에서 운동했다. 서울대 검도부의 실력은 매우 훌륭하고 사람들도 좋다. 다만 가는 길이 험난할뿐.. 우리 학교에서 서울대를 가려면 6호선 타고 삼각지까지 가서 501번 버스를 타야 한다. 그런데 10명 넘는 인원이 몸뚱이만 한 호구가방이랑 죽도집 들쳐메고 퇴근시간에 대중교통 타고 가려면 고역이다. 그래서 오늘은 택시를 타고 갔다. 5시 좀 넘어서 출발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마침 FTA 집회가 있어서 엄청 막혔다. 우리는 동대문에서 내려서 중간에 지하철을 타고 사당역에서 다시 택시를 탔다. 추운 날씨에 호구가방 들고 참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운동은 참 유익했다. 

운동 끝나고 우리 애들은 거의 만신창이가 됐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추운 날씨에 몸도 잘 안 풀고 운동해서 여기저기 많이 다쳤다. 그래도 녹두거리에서 먹은 삼겹살은 정말 맛있었다. 고시촌인 녹두거리 오면 참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래도 먹고 마시기엔 참 좋은 동네다. 하지만 이 동네에 핵폭탄을 떨어뜨려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2차 끝나고 새벽 5시 좀 넘어서 다들 택시 타고 학교 도장으로 왔다. 영국이는 술먹으면서 검도 얘기 하는게 참 행복하다고 했다. 


진짜 어이없네 ㅋㅋ by 민근

신고를 한 건지 뭘 한 건지는 몰라도 전에 썼던 글이 강제로 비공개처리됨 ㅋ 내가 실수로 비공개로 돌린게 아닌가 싶어서 수정하려고 했는데 비공개탭에 체크가 된 채로 클릭이 안돼 ㅋㅋ 정말 황당하네. 내 글이 검열당할 정도로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설령 그랬다고 해도 사전고지 정도는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무튼 이번 일은 정말 어처구니가 없을뿐이다. 앞뒤도 안맞고 논리도 없는 말을 허세와 자의식과잉에 쩔어가지고 쌍욕까지 섞어가며 지껄이길래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좀 까줬더니, 나를 무슨 시비 못걸어서 안달난 싸움꾼 취급을 한다. 더러워서 말 안섞는다며 반박을 회피하면서도 지 할말은 다하고 정신승리는 성대하게 치룸 ㅋㅋ 깨알같이 이어지는 추종자들의 후빨과 인신공격을 보면서 왜 수꼴들이 벽들을 조롱할 수밖에 없는지 공감하게 됐음. ㅋㅋ

여자를 싸잡고 있는 건 누구인가 by 민근



 글쓴이는 여자가 싸잡혀 욕먹고 있다며 이상할 정도로 분개하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문제가 된 방송의 컨셉 자체를 비난하고 있지, 여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다. 주된 비난의 초점은 일방적으로 남자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여자의 기준에서 투표하여 등수를 매겼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언급했듯이 이 프로그램은 "여자 무개념도를 200%로 조정해놓고" 있다.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설정에 불과한 여자의 행동을 보고 모든 여자를 싸잡아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상식적인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남녀문제 떡밥이라면 무조건 물고 보는 종자들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무개념으로 싸잡혀서 욕먹든 말든, 내가 그 무개념 여자가 아닌 이상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병신 배틀에 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병신 배틀에 끼어드신 것 자체에 유감은 없다.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거 같다. "방송에서 여자의 개념 없는 행동은 설정이다. 왜 이걸 가지고 여자 전체를 무개념으로 싸잡아 욕하는가?" 어조가 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 나로서는 남자가 뭐라고 싸잡혀서 욕을 먹든 말든 도대체 왜 내가 빡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묶여서 욕먹는게 기분 나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근본적으로 똑같은 여자라 해도 가치관과 개념탑재 여부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한다. 싸잡아서 욕하지 말라는 건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 


 여자들 싸잡아서 욕하지 말라면서 "여자들이 하는 생각은 다 이러하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완소 맥도날드 쿠폰 5장을 걸고 단언하건대 이 상황에서 글쓴이가 말한대로 "~안 할 거고, 안 할 것이며, 안하겠지만, 시발 정떨어져서 사귀겠냐?" 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많아야 절반에 불과할 것이다. 본인이 상식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서 그게 상식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글쓴이처럼 행동하는 여자는 본받아 마땅하다. 스스로 "나 자율심 개쩐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라면 웬만해서는 훌륭한 분일 것이다. (자율심이라는 단어가 이 문맥에 적합한지 여부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비꼬는 것이 아니고 진심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다들 그렇게 훌륭하지는 못하며, 훌륭할 필요도 없다. 남자든 여자든 굳이 칼같이 '자율심'을 내세우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아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글쓴이처럼 누군가에게 본인의 '자율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비판을 받았을 때 필요 이상으로 발끈할 필요도 없고 '의존녀'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불쾌감을 표시할 필요도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더 편안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심지어 글쓴이는 스스로 평범한 여성과 차별을 두고 있다. 나아가 그러한 평범한 여자를 은연중에 디스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물론 평범한 여자가 뭘 의미하는지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어떻게 "여자들이 생각하는 바는 다 이러하다"고 잘라서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글쓴이는 여자들 싸잡아 욕하지 말라고 비분강개하면서, 정작 본인이 여자들을 하나로 싸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시각을 일반화하면서 말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트랙백 남길 때 댓글을 남기든 안 남기든 그건 무례함과 관련이 없다. 5년간 블로그 하면서 이런 걸 무례하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하지만 글쓴이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럴 수 있다. 반박글을 읽어봐도 글쓴이를 함부로 "규정"하려는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자율심'이 투철한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걸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는 건 다르다. 본인이 믿는 바가 상식이고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여긴데

 글쓴이는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 글쓴이가 보이고 있는 이런 반응이 바로 남자들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이다. 남자놈도 그다지 잘난 거 없잖아?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방송에서 여자는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고 남자는 실험대상이었다. "내가 만지지 말라고 했지. 니가 알아서 해" 하는 반응을 보인 남자가 0표를 받아 꼴찌를 했고, 지금 글쓴이에 의해 "매너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안보이는 남자놈"으로서 욕을 먹고 있다. 왜 여자만 졸라 까냐고? 남자놈도 잘난 거 없다고? 지금 몰라서 하는 소린가. 그 방송을 통해서 까이고 있는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양상이 다르다. 여자 측은 모든 게 설정이었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 의해 여자 전체가 싸잡혀서 욕을 먹는 게 전부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 여자는 전혀 욕을 먹고 있지 않다. 하지만 문제의 남자는 혼자서 독박을 쓰고 있다. 심지어 같이 방송 출연했던 다른 매너 좋은 남자들과 비교당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저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러한 반인권적인 실험에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병신 배틀도 아니고,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코웃음으로 넘어가면서, 왜 싸잡혀 있지도 않은 여자들을 본인이 몸소 싸잡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저의 말투와 문제제기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전 지금 빡쳐있지도 감정적이지도 않지만, 거슬리는 부분은 그냥 추임새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 뉴비밸리로 보냈다가 방송연예밸리로 수정. 

++
  아! 내가 시대 정신이다!


내 얘기좀 들어 주소 by 민근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저마다 사연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는 것 외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왕따 당했던 이야기, 방황했던 이야기, 가족과 관련된 슬픈 이야기 등등 내용은 다 비슷하지만 어느 하나 가벼운 게 없다. 나는 그들이 이야기를 할 곳이 없어서 결국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한이 많은 민족이라 그런지 우리는 저마다 가슴에 장편소설 하나쯤 품고 있다. 서로 이야기할 것이 산더미다. 하지만 정작 이야기할 곳은 많지 않다. 

 지하철에서 물건을 팔거나 구걸하는 사람들의 행태는 각양각색이다. 그 중에서도 사연을 쓴 종이를 무조건 사람들 무릎에 내민 후에 일일이 다시 회수해 가는 형태가 제일 독특하다. 이건 왠지 모르게 더 얄밉다. 내가 읽고 있는 책 위로 그들은 지저분한 종이를 툭 던진다. 생각 같아서는 바닥에 버리고 싶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기 때문에 잠시 독서를 중단하고 사연을 읽는다. 전혀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다. 종이를 나눠준 사람은 절뚝거리면서 다시 종이를 걷는다. 걸음이 불편해서인지 내 근처에 와서는 종이를 집어 달라고 손을 뻗어 흔든다. 어쩌면 그렇게 일방적이고 뻔뻔할 수가 있을까. 아무도 돈을 주지 않는다. 과연 누가 돈을 줄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그냥 지하철 계단에 하루종일 엎드려 있는 편이 벌이가 더 수월할 것 같다. 그렇다면 저들은 돈벌이 외에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다. 아마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닐까? 돈은 안 주더라도 누군가 자기 사연을 들어주는 걸 바라는 게 아닐까? 이들이 얄미운 이유는 나 역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참고 있는 마당에, 빈한한 사람들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자기 사연을 발산하고 있는 걸 보자니 부러움이 밀려들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봤던 독립영화에서 주인공인 영화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인터뷰요? 대충 좋은 얘기 하면서 소통, 연대 이런 단어 써주면 돼요." 제목도 내용도 기억 안 나고 그 대사 하나만 기억난다. 소통이라는 단어는 과소비되고 있다. 비단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일본 만화를 즐겨 보는 사람일수록, 앱등이일수록, 길고양이의 안녕에 신경질적일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좌파 성향을 취하며 윤리적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소통에 유독 목말라한다. 열거한 예시가 부적절하다고 느껴진다면 당신과 나는 소통이 부족한 것이다. 소통이라는 단어는 만능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이 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의 문제가 된다. 단지 문장을 유려하게 구사하는 사람,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에 소질이 있는 사람, 컴플렉스와 피해의식이 만성질환이 된 사람, 그리고 신세한탄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커피향기 그윽한 고급스러운 외로움만이 소통 결핍의 대표적인 증세로 오인되고 있을뿐이다. 이러한 소통 결핍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심각한 것도 아니다. 이외수 류의 싸구려 감성 타령에 불과하다. 이것을 토로하는 당사자들 역시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얕고 일시적인 공감이 스치기를 바랄뿐이다. 진정으로 소통의 부재를 느낀다면 절박하지 않을 수 없다. 소통을 갈구하는 절박한 시도는 아름답게 정제되지 않는다. 지하철에 앉아있는 사람의 무릎 위에 무신경하게 내미는 구겨진 종이, 절둑거리는 걸음으로 하나씩 나눠준 후에 소득 없이 회수되는 그 종이에 흐린 활자로 적힌 구구절절한 사연과 같다. 자존심을 버리고 무례를 무릅쓰고 그냥 들이대는 일방적인 소통일지라도 그것이 절박하기 때문에 비난의 화살은 그 사람을 비껴간다. 화살은 그 사람을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소통이 막힌 사회를 향한다. 

 유행처럼 소통을 갈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기 전에 내가 과연 절박한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박하지 않다면 괜히 소통이니 단절이니 하며 우울증에 빠질 필요가 없다. 절박하다면 내가 과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존심과 평판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제발 "옛날에 상처를 받아서..." 운운하는 변명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고슴도치 코스프레는 웬만한 퀄리티가 아니면 중2병의 종착역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신화가 된 소년은 한 명뿐이다. 


애국지사들의 성지 네이트 by 민근

http://news.nate.com/view/20111109n17490

"독도는 우리땅" 주장하며 손가락 잘라 일본 대사관에 보낸 40대 남성이 입건되었다는 내용.
 
 제목을 보는 순간 베플 내용이 머릿속에 썰물때 갯벌처럼 떠오르는데




 예상했지만 셋다 이 지경일 줄은 ㅋㅋ

 그 외에도 발랄한 예비 베플들을 혼자 보기 아까워 몇 개 가져왔다.






 보다 보니까 좀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ㅋㅋ
 독립운동가 디스부터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제일 빵터졌던 건데 네이트에서 추천받는 댓글의 특징을 고루 갖추고 있다. 
 허세와 쇼비니즘의 조화





 

 효심과 애국을 동치시키는 발상의 전환




 암 그라셧제



 
 웬만해서는 캡처할때 이름 지우려고 했는데, 생각해 보니 정작 본인들은 애국자 부심을 한껏 돋우고 있을 테니 굳이 이름을 가릴 필요는 없을 듯. 

 음.. 아마 단체로 컨셉 잡고 놀고 있는게 아닐까.


[연못] 예술적 재능 by 민근

요새 스터디랑 수업이랑 검도 빼고는 하는게 없는데 괜히 여유가 없고 마음만 바쁘다. 아빠 생신이라 집에 내려갔다 왔는데 썩 마음이 가볍지 못하다. 사실은 좀 무거웠다. 언젠가 점쟁이가 나보고 뜨거운 무쇠덩이를 등에 지고 살 팔자랬는데 그게 등이 아니라 가슴을 누르고 있는 기분이다. 창 내고자 창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그 다음은 기억 안 나네. 나에게 좀 더 예술적인 재능이 있었다면 이 답답한 심경을 가지고 그럴듯한 소설이라도 쓸 수 있을 텐데. 새삼 문학은 정말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학은 정말 위대해. 문학은 위대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상하게 문학가들은 별로 정이 안 간다. 한 순간의 영감을 기막히게 붙잡아서 삶에 대한 통찰을 풀어내는 것은 분명히 세상에서 제일 간지나는 재능이고 기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소설가들은 별로 정이 안 간다. 말 번지르르하게 잘 하고 수다가 많은 사람이 실속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까. 비슷한 의미에서 문학 비평가들은 더 정이 안 간다. 근데 나는 그런 재능이 있으면 좋겠다. 소설가-직업적 의미의 소설가가 아닌-가 되는 것은 싫지만 소설가가 쓰는 소설을 쓰고 싶다. 법조인들이 쓰는 말투로 소설을 쓰면 이 소원을 이룰 수 있을까. 판사들 말투는 빼고.

등록금과 커피 by 민근

 어제 이대에 갔는데 "왜 비싼 등록금 내고 또 비싼 밥값을 내야 합니까?" 하는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마치 등록금 속에 식대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뉘앙스마저 느껴진다. 교내 학식 공급업체에게 가격을 인하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대 학식의 질이나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는 모르겠는데 우리 학교는 제대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밖에서 사먹는 거랑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그래도 학생회관에서 밥을 먹는 건 그때그때 형편에 따라 스스로 식단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좀 궁할 때에는 그냥 밥이랑 국이랑 밑반찬으로 1500원 내고 한끼 때울 수 있다. 이대는 이런게 불가능할 정도로 학식 가격이 비합리적인가? 여자친구 말로는 아침에 수업 들어가기 전에 커피 사려고 스타벅스 들어가면 줄이 늘어서 있어서 맨날 포기하고 그냥 돌아선다는데, 뭔가 부조화스럽다. 비싼 커피 사먹는 애들과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매일 학식을 이용하는 애들이 동일인물은 아니겠지만, 반값생활비 얘기하면서 식비 25만원에 전화료 7만원 나온다고 징징대던 한대련 애들이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었음.

 커피 얘기 나와서 또 생각나는 게 있다. 우리 학교 학생회관 지나가다가 반값등록금, 반값생활비 실현하자는 대자보에 웬 커피 얘기가 있길래 봤다. 다른 학교 학내 커피숍 아메리카노 가격을 죽 써놨다. 600원부터 2000원 까지 다양했다. 우리 학교 아메리카노 가격은 안 나와있어서 못 봤는데, 학교와 계약을 맺은 업체에게 커피값 내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걸 봐서는 아마 다른 학교보다 비싼 모양이었다. 무상급식에 이어서 무상커피까지 요구할 기세다. 언제부터 커피가 복지의 목록에 들어가게 된 걸까? 물론 커피값 싸면 공부하는 학생들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호식품을 싼 값에 제공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당혹감을 느꼈다. 대학생들 힘든 거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나도 힘들다. 학생 복지도 중요하다. 그런데 범람하는 복지 신드롬 속에서 우리의 의존성이 점점 지엽적인 방향으로 깊어지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커피를 꼭 마셔야겠는데 커피값이 비싸서 고민이라면 우리 학교의 자랑인 100원짜리 자커(자판기커피)를 마시면 되지 않을까? 젊은 교수님들 학교 다니던 시절부터 100원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거라는데 그 정도면 거의 무상커피 수준이지 뭐. 그런데 나는 학내에서 아메리카노 파는줄도 몰랐다. 


 사시 2차 발표가 났다. 내 주위 사람들은 거의 다 떨어졌다. 몇 점 차로 아깝게 떨어진 사람도 있고, 아예 연락이 안 되는 사람도 있다. 2차 공부 정말 힘들다.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 보면 후회를 한다. 확신이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질질 끌려서라도 따라갈걸. 사시는 강한 사람이 되는 게 아니고 독한 사람이 된다. 미칠 듯한 중압감을 이겨내는 건 강한 사람이지만 그 사람은 한번 꺾이면 끝난다. 독한 사람은 꺾인 채로 매달려서 끝까지 간다. 아무튼 합격한 사람에게는 축하를 보내고, 떨어진 사람에게는.. 딱히 보낼 게 없다. 할 말이 없다. 10월이 원래 날씨만 쌀쌀한게 아니다. 


[연못] 눈물 by 민근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마음 속에 깊이 숨겨둔 말이 있는데, 첫마디를 딱 꺼내려고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정말 미칠 것 같은 때가 있다. 아빠랑 얘기할 때 그렇다. 아빠랑은 원래 대화가 많지 않았다. 딱히 아빠랑 사이가 안 좋거나 서로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아빠가 날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안다. 나 역시 남들이 아버지 생각하면서 가슴에 떠올리는 애틋함 정도는 당연히 있다. 애틋한 마음의 근간이 죄송한 마음이라는 게 죄송할 따름이다. 아무튼 우리집은 나름대로 무난한 가정사를 꾸려왔고 난 행운을 누린 셈이다. 아빠랑 대화가 없었던 것에 별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할아버지와 아빠가 그랬듯이 아빠와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 관습이 고착된 거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아예 한 마디도 안 한다거나 가끔씩 농담도 안 한다는 건 아니다. 그냥 우리 아빠는 무뚝뚝하고 나는 가족들에게 살갑지 못하다. 근데 진지한 얘기를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있다. 특히 내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간이 오거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그렇다. 최근 나의 실망스러운 행보로 인해 아빠는 근심이 크다. 나는 또 그것 때문에 마음이 무겁다.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그냥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을 모두 다 털어놓으면 그나마 아빠가 조금이나마 마음이 가벼워질까 싶어서 대화를 시도해 보기도 한다. 확신은 못하겠지만, 내가 무리해서 평소에 안하던 속깊은 얘기를 하면 아빠도 나름대로 거기에 반응을 보이려고 노력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금씩이라도 깊은 얘기를 해보려고 하면, 가슴속에 벽이 딱 생겨서 말을 꺼내질 못하게 된다. 억지로 말을 꺼내려고 하면 눈물이 나온다. 미칠 것 같다. 아빠랑은 진지하게 대화하는 것 자체도 어색한데, 질질 짜면서 얘기하는 건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흠. 이렇게 써놓고 보니까 굉장히 이상해 보인다. 여기서 '진지한 대화'라는 건 뭐랄까.. 평소에 아빠랑 대화할 때는 잘 쓰지 않는 표현들을 사용하고, 진실되지만 낯간지러운 얘기들을 포함하는 대화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평소의 아빠와 나의 대화가 어떤 수준인지 알아야 한다. 평소의 대화는 그냥 한마디로 쿨한 것 같다. 아, 설명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그러하다. 그런 상황에서, 진지한 얘기를 하고자 하면 정말 눈물이 나와서 말을 할 수가 없다. 논리적으로 하고 싶은 말들이 많이 있는데, 한마디 하고 또 다음 얘기를 하려면 벌써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소리가 떨린다. 그런 모습을 아빠한테 보이는 게 싫다. 나는 이게 나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어떻게 고쳐지지가 않는, 유전자에 비롯된 습관이다. 내 생각엔, with respect, 엄마를 닮아서 그런 것 같다. 어쨌든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후천적인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한계에 부딪치는 것 같아서, 항거 불가능한 절대적인 힘에 하염없이 꺾이는 무력감마저 느낀다. 아빠랑 얘기할 때만 그런 건 아니고, 가끔씩 밖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다. 나는 좀더 강직해지고 덤덤해지고 싶은데 쉽지가 않다. 내 생각엔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자신감이 투철하면 이런 습관은 자연스럽게 고쳐질 수 있을 것 같다. 내면 깊은 곳에서는 나도 나를 믿긴 믿는 것 같은데, 표층에서 워낙 스스로에 대해 실망을 했기 때문에 힘든 것 같다. 졸라 열심히 살면 아마 괜찮아질 거다. 그러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을 테지만.

 

1 2 3 4 5 6 7 8 9 10 다음


coldhouse.eglo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