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8) by 민근

[19]

 형의 PC에 있던 녹취록에서 발췌. 파일명은 "어떻게 인간을 사육할 것인가". 원제는 "Need blood? Feed human". 모기들의 대화를 형이 몰래 녹취한 것으로 보이며, 작성된 날짜는 2034년 10월 14일이다. 이는 교황 방한 하루 전이자, 내가 연구실에 침입해 모기들의 대화를 엿들었던 날로부터 이틀이 지난 후의 시점이다.

 (전략)

 그 미치광이 모기 오타쿠 과학자 녀석이 교황을 암살하려고 프랑스뇌염모기들을 풀어놓으면, 우리의 계획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효과적인 계획 수행을 위해서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무기가 '바이러스'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계획은 시간과의 싸움이 될 거라는 뜻이다. 새로운 바이러스라고 해도 최초 출연시부터 반 년이 지난 후에는 백신이 개발된다. 물론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자는 초기 1~2개월 내에 집중되기 때문에, 우리가 단순히 인류에 대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면 유효기간 6개월짜리 바이러스로도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인류를 영원히 "사육"하려 하고 있으므로,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성공할 수가 없다. 백신이 개발된 후에는 인간들이 우리의 말을 들을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결국 우리의 협박수단인 바이러스의 유효기간을 영구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인간들이 백신을 만들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백신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의 지능을 가진 인간 개체를 모두 죽여야 한다. 또한 인간들의 학습능력을 무시할 수는 없으므로, 고등교육을 받은 개체의 수를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을 정도로 줄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지도자 그룹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대략 인류의 70% 이상을 없애야 한다. 이것은 대응책이 없는 상태에서 초기 감염자를 최대한으로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이다.

 일기장, 연구일지, 그리고 녹취록 등 형이 남긴 모든 자료를 검토해 보아도, 형이 모기들의 본래 계획을 알아채고 그에 대해 기록을 한 건 이 녹취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이것은 형이 모기들의 음모를 D-Day 하루 전에야 알아차렸다 걸 의미한다. 형이 2015년 10월 3일 일기장의 맨 마지막 문단을 지워버린 것은 아마 이 날이 아니었을까?


[20]

 "고작 뇌염바이러스로 인간을 협박하려 하다니, 너희들의 계획은 황당한 수준이다."

 나는 기죽지 않으려고 애써 태연한 척 했다. 하지만 모기들의 짐짓 훈계하는 듯한 말투는 계속 이어졌다.

 [황당함이란 스스로 지식의 한계를 벗어난 현실을 마주했을 때 흔히 찾게 되는 도피처이니라. 너는 이미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여 황당함을 느꼈다. 그렇다면 두 번째로 황당함을 느꼈을 때에는 뭔가 다르게 생각을 해 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 아니겠느냐? 우리의 계획이 황당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계획이 너희들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이니라.]

 모기의 대답이 내 가슴을 찔렀다. 사실 나는 황당함 속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이라면, 이들이 세운 계획이라면, 완벽하지 않을 리 없다. 사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없었다. 이 방 안에서는 내가 인류를 대표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로 영원히 인간을 잡아둘 수는 없어. 인간은 자존심이 센 종이야. 너희들이 위협을 하더라도 여기저기에서 반란군이 조직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첨단 장비를 동원해서 모기들을 멸종시키려고 하겠지. 너희들이 들어올 수 없는 벙커가 건설될 것이고, 그곳에서는 몇 개월 지나지 않아서 프랑스뇌염에 대항하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다. 더불어 유례 없이 강력한 초강력 모기약이 함께 개발될 지도 모르지."

 그러자 모기들은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캉캉캉" 하고 울리는 기계음이 어느덧 익숙해지고 있었다.

 [프랑스뇌염모기들이 풀려나는 날, 그들은 제일 먼저 교황을 물 것이니라. 그리고 교황이 타고 온 비행기에 숨어들어가는 것이지. 그들은 로마에서 교황이 죽을 때까지 기대리는 것이니라. 교황이 죽으면 세계 각지에서 조문단이 파견될 것이고, 그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때에는 프랑스뇌염모기들 역시 그 조문단이 타고 온 비행기를 이용해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우리는 제일 먼저 각국의 대통령, 수상, 혹은 국왕을 암살할 것이니라. 너희들의 명령체계를 먼저 무너뜨리고, 우리는 신속하게 지도자 그룹을 제거할 것이다. 너희가 당황하는 동안 인간의 모든 대도시는 인간의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니라. 우리가 인간을 사육함에 있어서 필요한 인간 개체의 수는 10억 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아프리카를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인류를 멸종시켜도 된다는 뜻이지. 그리고 그 정도의 숫자라면 우리가 충분히 통제할 수 있느니라.]

 "그런 말도 안되는..."

 내가 뭐라고 말을 잇기도 전에, 연구실 저편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나는 황급히 마이크와 컴퓨터를 꺼버리고 책상 아래로 몸을 숨겼다. 컴퓨터를 끄자 드라큘라 백작도 작동을 멈추었고, "캉캉캉" 하는 기계음으로 번역되던 모기들의 웃음소리도 그쳤다. 연구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초가을이라 아직 밖은 어둑어둑했지만 시계를 보니 어느덧 새벽 다섯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경비원이 활동을 할 시간이었다. 발소리는 연구실 문 앞에서 멈추었고, 곧이어 카드키로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책상 옆으로 고개를 내밀어 문쪽을 바라보았다. 역시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었다. 그는 연구실에 불이 켜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눈치였지만 곧 불을 끈 후에 다시 문을 닫았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 후에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지 생각을 했다. 그러나 생각을 할수록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나는 처음에 <드라큘라 백작>을 파괴하려고 연구실에 침입했지만, 이제 <드라큘라 백작>을 파괴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드라큘라 백작>은 모기들이 협박을 하기 위한 통신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내가 없애야 하는 것은 협박에 사용될 무기, 즉 어딘가에서 대량 사육되고 있을 프랑스뇌염모기들이다. 그리고 그 사육장의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 중에 내가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형밖에 없다. 결국 나는 형을 찾아가서 형의 미친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들 중에 하나가 바로 형을 설득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형의 고집을 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 나는 형이 인생을 걸고 추진하던 계획을 포기하도록 설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맨손으로 형을 찾아가서는 안 될 일이었다. 나는 모기들의 계획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자 다시 컴퓨터를 켰다.

 그때였다. 컴퓨터 부팅 스위치를 누른 순간, 다시 연구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번에는 발소리도 없었다. 연구실 문가에 방금 전 그 경비원이 총구를 겨눈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손을 들고 엎드리라고 소리를 질렀고, 나는 얼어붙은 채 그가 시키는 대로 했다. 나를 제압한 후 그 경비원은 무전기로 어딘가에 통신을 하기 시작했다. 침입자를 발견했다고 보고를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이 상황에서 그 경비원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 순간 귓가에 "캉캉캉" 하는 모기들의 비웃음소리가 들렸다. 물론 그것은 환청이었다.

(계속)

프리스타일 카라 캣츠 자세히 보기 (수정) by 민근

 원더걸스 애들이 예전에 프리스타일 모델로 나왔을 때에는 정상적으로 농구선수 복장을 하고 등장을 했었다. 그런데 카라 얘네들은 생뚱맞게 고양이 코스프레를 하고 나온다. 아마도 "캣츠"라는 이름으로 농구 팀을 만든다는 컨셉인 것 같다.  
 프리스타일 공홈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카라캣츠 페이지로 이동한다. 역시 가운데는 감출 수 없는 대세 구하라씨.
 사진을 클릭하면 멤버 프로필이 나온다. 재미있는 건 다섯 멤버가 각자 모티브로 한 고양이가 다르다는 것이다. 구하라는 러시안 블루, 한승연은 터키시 앙고라, 박규리는 아비시니안. 니콜이랑 지영이는 아직 오픈되지 않은 상태다. 고양이는 종은 자세히 모르니 뭐 매치가 잘 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고, 그냥 고양이 컨셉 자체에 제일 잘 어울리는 건 역시 구하라인 것 같다. 일단 눈이 크니까!
 
 구하라 프로필에서 캐릭터 보기를 누르면 이런 화면이 나온다. 현재까지 한 사람당 세 가지 스타일이 있는데 아마 게임 상에서 다 구매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래는 승연이랑 규리 캐릭터 화면 캡처.
도도한 표정의 귤캐릭
귤이랑 비교돼서 그런지 착해보이는 햄
눈팅은 끝났다. 이제 지를 때가 왔다!

 원더걸스 캐릭터의 경우에는 멤버별로 포지션이 정해져 있었던 반면 카라 캐릭터들은 모든 포지션을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멤버의 이미지나 컨셉 상 대략적인 포지션은 정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키가 제일 큰 멤버가 센터나 파워포워드가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보통 리더들은 스몰포워드나 포인트가드를 맡는다. 그리고 제일 화려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슈팅가드에 적합하다. 뭐 멤버 선택과 포지션 결정은 유저 자유이지만, 그냥 이미지 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포지션 분배에 대한 제작사의 설정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일단 구하라. 나는 프리스타일에 카라가 나온다고 했을 때 처음부터 얘가 슈팅가드일 줄 알았다. 설명을 보니 역시 100% 슈팅가드 설정이다. 해결사 3점 슈터 이미지에도 딱이다. 슈팅가드는 내가 게임상으로 유일하게 좀 할 줄 아는 포지션이렸다? 이것은 하라 캐릭을 지르라는 하늘의 계시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만렙에 근접한 슈팅가드 캐릭이 있긴 하지만 지금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그 다음은 승연이. 얘는 스몰포워드나 포인트가드 둘 중에 하나는 꼭 할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경기를 조율한다는 걸 보니 포인트가드인 것 같다. 원더걸스에서는 소희가 포인트가드였던가? 어쨌든 센스와 순발력이 중요한 포인트가드 역할에는 배운여자 햄이 가장 적절한 듯.
 리다님은 아직 포지션이 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이미지로는 센터나 파워포워드인데 실제로 얘가 키가 별로 크지 않다 보니까 좀 무리일 듯. 기둥이라고 하는 걸 보니 빅으로 갈 것 같기도 한데.. 스몰포워드로 갈 가능성도 있다. 막내랑 니콜은 아직 오픈되지 않았다. 아마도 키가 제일 큰 지영이가 센터를, 니콜이 파워포워드를 하지 않을까 하고 추측을 하고 있다. 

 
 

 
캐릭터 생성화면. 슈터니까 키를 최대한 낮춘다.


+ 수정한 내용 :
초기 능력치를 보니까 완전히 예상이 빗나갔음 -_- 하라가 스포, 규리가 센터;;;

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7) by 민근

[16]

 모기들의 대화를 듣던 나는 이 상황이 꿈만 같았다. 언젠가 형의 연구일지에서,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는 인간이 아니라 모기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제는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모기들의 지능을 감안해 보면 적어도 백악기가 끝날 때까지는 모기들이 이 행성의 독보적인 지배자들이었을 것이다. 공룡들은 모기를 위협하기엔 두뇌 용량이 턱없이 모자랐고, 덩치가 너무 커서 급변하는 초기 지구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다.  

 모기들은 인간이 직립보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가만히 관찰을 해왔을 것이다. 그들은 인간이 불을 다루고 문명을 발전시키는 것을 바라보면서, 이 종이 행성의 패권을 두고서 자신들과 대립을 하게 될 거라는 생각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수 백만 년에 걸쳐 끈질기게 관찰을 한 결과 모기들을 지배하는 집단적 지성, 즉 "모기 대왕"은 결국 인간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어느 미치광이 인간 공학자를 이용해서 살상력이 지대한 대(對)인간 병기, 즉 프랑스뇌염모기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그 병기로 인간을 협박할 수 있는 통신수단까지 만들어냈으니, 그게 바로 통역 로봇 <드라큘라 백작>인 셈이다. 이제 3일 후 형이 교황을 암살하기 위해서 프랑스뇌염모기들을 사육장에서 해방시키는 순간 그들은 곧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진리"라는 개념에 대해 25년간 형성해온 나름의 가치관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고 있었다.


[17]

 형의 일기장에서 발췌. 날짜는 확인 불가. 다만 내가 형의 연구실에 침투하기 며칠 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모기들을 좋아했지만, 그 이유는 나도 잘 몰랐다. 하지만 모기들과 대화를 하고 이들을 알게 될수록 내가 왜 이들에게 끌렸는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모기들에게 인간 못지 않은 뛰어난 지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충분히 놀라운 일이었지만, 내가 더 흥미를 느낀 것은 그들의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이었다. 비록 개체들 간의 사소한 의사표현은 날개소리를 통해 이루어지지만, 모기들의 거시적인 결정은 "모기 대왕"이라는 하나의 집단적 지성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모기 대왕"은 우두머리 모기 한마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모기들 사이에 마치 텔레파시처럼 공유되는 하나의 정신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인류가 접하지 못한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한마디로 모기들은 서로 완벽한 소통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모기들의 정신은 공유되고 있으므로, 그들은 서로 오해가 생길 일도 없고 상처를 받을 일도 없다. 모기 사회에서 부적응자나 소수자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얼마나 아름답고도 고차원적인 시스템인가?

 나는 이러한 의사소통 방식을 인간들의 사회에도 도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보았다. "모기 대왕"과 같은 집단적 지성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만 있다면,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대체할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이 열릴 것이다. 이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에는 단점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들이 수 세기에 걸쳐 이룩하고자 했던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며, 인간들은 영적으로 한단계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모기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인간에게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오랜 시간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지금 내가 추진하고 있는 계획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일단 인간들의 정신이 공유되기 위해서는, 인류의 분열을 조장하는 종교가 지구상에서 사라져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대한 성당기사단의 뜻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나의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제일 먼저 지구상에서 모든 기독교인들을 없애야만 한다.


[18]

 나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오랜 상식과 새로운 진실 사이에는 커다란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성당기사단 전설을 믿지 않는 일반인과 이를 믿는 추종자들 간의 거리만큼 먼 것이었다.

 성당기사단 관련 서적들을 읽다 보면 "세계의 지배자들", "오의(奧義) 전수자", 또는 "아가르타(Agharta)의 제왕"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다. 이것은 비밀결사조직 내부에서도 핵심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지도자 계급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말이며, 넓게는 일반인들과 구분하여 성당기사단원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은 연금술에서 말하는 "현자의 돌"과 철학적으로 상통하는 개념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건 결국 "있다면 킹왕짱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신비주의와 연금술에 심취한 자들은 이 허상을 믿는다. 일반인들도 아주 사소한 계기로 이러한 허상에 빠져들 수 있다. 이것은 곧 "절대성"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되며, 본질적으로는 종교와 그 작동원리가 동일한 것이다. 

 일반인들은 성당기사단 전설을 하찮은 음모론으로 치부한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러한 거대 조직이 물밑에서 수 세기동안 활동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항상 이렇게 질문을 한다. 반면에 성당기사단 전설의 신봉자들은 "진실은 언제나 상식 너머에 있다"는 식으로 정반대의 시각에서 접근을 한다. 스스로의 상식을 수정할 정도로, 성당기사단 전설은 그들에게 절대적인 것이다. 

 내가 어느쪽에 해당하는지는 명백하다. 나는 상식이 곧 진실이라고 생각해왔다. 내가 신을 믿지 않는 것도 교리와 경전의 내용이 상식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기들의 대화를 들은 후에는, 문득 지금껏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새삼스럽지만 절대적인 진실을 자신의 상식에 가두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최초로 주장했을 당시에 일반인들이 느꼈을 황당함은, "모기가 인간을 사육하려 한다"는 말을 듣고서 느낄 황당함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 그러니 "황당함"은 곧 상식과 진실 사이를 메우는 교각과 같은 것이다. 어쨌든 나는 내 눈으로 교각을 확인하면서 상식과 진실의 머나먼 틈을 건너고 있었다.

 모기들의 은밀한 대화를 직접 듣고 있었기 때문에 황당함보다 두려움이 컸다. 한동안 나는 모기들이 눈치를 챌까봐 몸을 잔뜩 웅크리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 속에서도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은 금세 돋아났다. 자칭 만물의 영장이 종(種)적 거만함을 쉽게 버릴 수 있을 리 없었다. 아직 상식과 진실 사이의 다리를 완전하게 건너지 못한 상태에서, 나는 어떻게 하면 범인류적인 체면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가만히 생각을 해보았다. 고민 끝에 약간의 여유를 얻은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이 모기들은 아직 갇혀 있어."

 생각을 해보니, 내가 모기들에게 들킬 것을 염려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내가 들은 대화내용이 모기들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에게 새어나가서는 안 될 곤란한 내용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 연구실에 있는 몇 마리의 모기들이 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리고 그들은 외부와 연락을 할 수도 없으므로, "인간에게 정보가 유출되었"다는 사실을 다른 모기들에게 전할 방법도 없는 것이다. 

 내가 혼잣말을 하자마자 모기들의 대화소리가 딱 끊겼다. <드라큘라 백작>이 나의 음성을 모기들의 날개소리로 자동번역을 한 모양이었다. 이제 모기들은 주변에 인간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들은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다시 날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뭐야, 인간이 있었잖아.]

 [우리 대화를 다 들었겠는데? 이거 큰일 아니야?]

 모기들 역시 당황을 한 눈치였다. 사실 지금 연구실에 있는 모기들을 없애버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모기들이 갇혀있는 유리상자 안으로 살충제 가스를 살포하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들에게서 얻어내야 할 정보가 있었으므로, 일단 대화를 가장한 협박을 시도했다.

 "그렇다. 나는 인간이다. 너희들의 계획은 모두 들었다."

 나의 목소리는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서 텍스트로 전환되었고, 그 텍스트는 다시 모기의 날개소리로 전환되었다. 그리고 그 날개소리는 스피커를 통해서 사육장 내부에 있는 모기들에게 전달되었다. 그러자 잠시 후에 모기들이 답신을 했다.

 [우리의 실제 모습을 보았구나, 인간이여. 너는 진정한 고등 생명체의 존재를 알게 된 최초의 인간이니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인간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자, 모기의 말투는 순식간에 바뀌었다. 마치 신이 피조물을 향해서 계시를 내리는 것과 같은 말투였다. 손톱보다도 작은 모기가 인간에게 위엄을 과시하자, 나는 매우 황당했다. 자신들의 목숨이 나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고도 저런 소리를 하는 것일까? 나는 약간 화가 나서 감정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손가락만 움직이면 너희들은 살충제 맛을 보게 된다. 인간을 무시하지 말라. 당장 너희들의 계획을 모두 털어놓지 않으면 모두 다 살충제에 절여질 줄 알아라."

 그러자 조금 전에 들었던 "캉캉캉캉" 하는 소리가 또다시 스피커를 통해 격렬하게 울려퍼졌다. 이제 나는 그 소리가 모기들의 웃음소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모기들은 나를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

 [협박이라는 개념은 너희 하등한 동물들에게나 존재하는 것이니라. 우리들에게 개체의 안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네가 우리의 계획을 알아차렸다 한들 문제될 것 역시 없느니라. 너 역시 지금 이 상황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을 터인데, 네가 그걸 다른 인간들에게 전한다고 하더라도 누가 그것을 믿겠느냐? 너는 실제로 선구자인 셈이지만, 미개한 인간들은 너를 정신병자 취급을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소통이 불완전한 하등 생명체들의 한계이니라.]

 나는 사상 최초로 다른 종에게 모욕을 당한 인간이 되었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모욕감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에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근원을 모를 두려움이었고, 바닥을 모를 두려움이었다. 이것은 혹시 신앙을 가진 자들이 신을 간접적으로 접했을 때에 느끼는 감정이 아닐까? 


(계속) 

초 오랜만에 포스팅 by 민근

 바쁜 일도 없는데 이상하게 몇 주간 블로그를 못했다. 끊으려고 할 때에는 그렇게도 안 끊어지더니, 별 생각 없이 안 들어가기 시작하니까 또 아예 안 하게 된다. 거참 이상하다. 쓰던 소설도 중간에 내팽개치고, 중요한 판결이 나왔는데 포스팅도 못했다. 매번 쓰던 청춘불패 리뷰도 빼먹고! (이게 스스로 가장 충격적..) 운동도 안한지 벌써 반년이 넘어가는 것 같다. 임원교체식 때 애들이 돈 모아서 상수 형님 호완 맞춰드렸다는데 거기도 못가고.

 하여튼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쿠느님 사진 빠뜨릴 수 없다.

 읭?? 얘네 크라운베이커리 모델 된 거 같은데.. 이러면 또 빵은 여기서만 먹어야 하나 ㅠㅠ

오늘도 난 아프리카로 달려가지 by 민근

 청춘불패 하는날. 컵라면을 살포시 끓여놓고 11시 20분을 기다린다. 아프리카 초보인 나는 오늘에야 사람 많은 방에 들어가야 화질이 좋다는 걸 알았다. 으잉? 근데 애들이 왜 출근을 하지? 이건 숙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구나. 하긴 저 많은 애들을 다 재울려면 스케줄 조정이 장난 아니겠지. 근데 구하라 방송분량 점점 줄어들어. 이젠 슬슬 신인애들 띄워주는 타이밍인가? 그리고 진행은 역시 1화랑 마찬가지로 완전 산만하네. 아니, 그냥 아예 진행 자체가 없고 붕 뜬 느낌이다. 그리고 저번에 애들 전화로 울려가지고 그렇게 욕먹었으면서도 또 한다. 겨울엔 농촌에서 일거리 찾기도 어려울 텐데 여러모로 긴장좀 쳐야 할 듯.


 언제나 그렇듯 여기까진 훼이크고 이 포스트는 오로지 구하라 사진을 올리기 위한 핑계일뿐

 
그 유명한 아궁이하라 컬러버전. 몸빼가 협찬의상으로 보이고 아궁이가 벽난로로 보이면 카덕인가요?


 카라갤에 가봤더니 벌써 편집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보자마자 낼롬 저장해서 변환을 해보았다. 이글루스 동영상을 처음 써보는데.. 나도 정말 얘네들 때문에 가지가지 한다.


감출 수 없는 구능감

 저 몸빼 + 양말 패션은 1화 때무터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 같다. 거기다가 방한용 털신까지 신던데 이게 은근히 귀엽다. 한정된 소품으로도 상황에 맞으면서도 센스있는 코디를 하는 쿠느님.



모니터를 닦아줄 기세.
pd님 이런건 하지 말자 좀. ㅠㅠ

"낙태 반대"라는 표어에 관하여 by 민근

 현행법에 의하면 낙태가 정식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임신의 지속이 임산부의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 부모에게 우생학적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 전부이다(모자보건법 제14조 참고). 현실적으로 낙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경제적 사유"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육 불가를 이유로 낙태를 하는 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불법 낙태시술이 만연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낙태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낙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혹은 관대하든 엄격하든 간에 결국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낙태에 관한 의견표명은 "어느 쪽이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에 찬성을 하거나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취하는 사람만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아니다. 낙태를 반대하거나 엄격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윤리적 우월감에 무한정 젖어있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낙태가 순수하게 당사자 개인의 문제인 것은 아니며 사회적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한 사안이기는 하다. 개인 영역과 사회 영역의 경계에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회적 개입은 법이 개입을 허용하는 원래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사회적 개입 중에 하나는 바로 종교이다. 종교인구가 많은 외국에서는 낙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예민한 주제이며, 특히 낙태에 관한 입장이 정치인의 성향을 가늠하는 요소로 평가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낙태 옹호 발언을 한 의사가 염산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낙태행위를 범죄(Crime)로 인식하기 이전에 종교적 죄악(Sin)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이기에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이러한 낙태 반대론은 낙태 문제에 사회가 개입하는 원래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부모와 태아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이슈로서의 낙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교사상이 사회 전반에 깔린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낙태 반대론이 존재한다. 이런 무조건적 낙태 반대론의 특징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검토가 없다는 점이다. 부모의 신체적, 경제적 상태와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강간당했거나 산모가 죽을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낳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어떻게 보면 인간 본성에 충실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성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예전부터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부모가 도저히 아이를 양육할 사정이 되지 않아 아이를 지우려고 한다. 당신은 아무 관계가 없는 제3자로서, 그들에게 아이를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의 만류로 그 아이가 태어났다면, 당신은 그 아이에게 양육비를 지원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내가 양육비를 왜 줘? 어쨌든 당신들은 애를 낳아야 해." 이러한 대답이 야속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육비 줄 것도 아니면서 당신이 뭔데 낳으라 마라인가" 하는 식으로 따지려는 건 아니다. 범죄행위를 비난하는 데에 꼭 어떠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살인자를 비난할 수 있는 자가 꼭 피해자 가족뿐만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낙태라는 범죄가 가지는 특수성이다. 일반적인 범죄는 본래 온전히 사회적인 영역에 속한 것이지만, 낙태 문제에는 사회적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낙태를 결정하기까지 당사자들에게 고민과 고통이 없었을 리 없다. 그 결정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기에 사회적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공감을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현행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도 좀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낙태 반대"라는 표어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낙태는 범죄이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낙태 반대론자들 역시 산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낙태라든지 강간 등에 의한 낙태는 인정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낙태 반대"라는 표어는, "부모의 인생"과 "태아의 생명권" 간에 비례적 형량의 결과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후자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 놓여져 있다. 이러한 일률적인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낙태 문제에는 사회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3자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정이 있다면 낙태를 허용/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개 사건에 관해서가 아니라 일률적으로 "나는 낙태를 허용/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잘라 말하는 것은 이와 다른 것이다.

청춘불패 - 구능감 폭발 by 민근

 이거 본다고 생전 쓰지도 않던 아프리카를 ON. 오오 쿠느님이 오시는구나.

 기대속에 방영된 청춘불패 첫화. 방송 자체로 보면 무난하긴 하지만 좋은 평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단 여타 고정멤버형 버라이어티와 구도가 달랐습니다.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을 하고 알아서 방송분량 뽑아주는 걸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별도로 엠씨가 투입됐는데 이런 방식은 새롭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산만한 것 같네요. 회가 거듭돼서 멤버들이 적응을 하고 캐릭터를 찾으면 좀 괜찮아 지려나? 

 처음 도입부에서 각 그룹 숙소가 공개됩니다. 카라 숙소는 1집때부터 하도 많이 공개돼서 이제는 편안한 느낌마저 드네요. 이른 새벽부터 출근하는 하라 챙겨주러 같이 일어난 니콜. 니콜은 평소에도 멤버들에게 요리를 자주 해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하라의 방송분량은 중상 정도였는데 초반에 했던 장기자랑이 거의 80%인 것 같네요. 장기자랑 순번도 맨 처음이었는데 스타트를 화려하게 끊어주었습니다. 장기자랑은 멤버 중에서 제일 잘했던 것 같습니다.
 텀블링으로 자연스럽게 사탕을 떨군 다음 뇌물로 바치는 권모술수의 달인

 그리고 이어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부릅니다. 적절한 선곡센스와 미리 연습한 듯한 수준의 댄스를 선보이며 민심을 굳히는 하라. 쪼끄만게 밀짚모자 쓰고 나와서 트위스트를 어찌나 잘 추던지. 어르신들 진짜 엄청 신나셨을 듯. 어쨌든 트위스트 쿠 이때부터 이미 예능감 폭발.
본격 트위스트 추다가 허리 꺾일 기세.jpg
 트위스트로도 만족을 못하고 과도한 개그욕심으로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는 구하라씨. 결국 어르신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다가 엠씨들에게 뒷목 잡혀서 끌려 들어옵니다. 하지만 텀블링 + 사랑의 트위스트 + 엉덩이 춤 삼단콤보로 방송분량은 한계치까지 확보하고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엉덩이 춤 좋아하시죠?"는 유행어로 굳어지기까지.

 중후반부에는 비교적 분량이 적어지는데 아마도 PD가 형평성을 좀 고려한 것 같네요.

 엠씨도 좋지만 앞으로는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캐릭터도 잡히고 별명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멤버들이 정면에 서서 진행을 하려면 더 능청스러워야 되고 스스럼없이 서로를 갈굴 수 있어야 되는데 결국은 서로 더 친해지는 방법밖에 없겠지요. 더불어 농촌생활에도 적응해서 한결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어쩔 수 없는 화보인생.jpg

아이리스 잡담 by 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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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다. 나는 스토리와 연출만 좋으면 빠져드는 쉬운 남자니까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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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든 드라마든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작품은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 블록버스터급을 찍으려면 제작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괜히 실험정신을 발휘했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전에 성공했던 작품의 스토리와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를 섞어 안전성을 확보한다. 제작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가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해도, 투자자들과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열정을 쏟는다면 참신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겠지만,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므로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제작자에게는 작품에 애정을 쏟고 장인정신을 발휘할 여지가 부족한 것이다. 

 아이리스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과 얽히지 않고서는 스케일 큰 총싸움을 할 건덕지가 없기에 "김일성 목 따기"와 "핵폭탄에 무궁화 꽃 피우기"은 피할 수 없는 소재이긴 하다. 금전적인 지원이 든든하므로 가장 핵심에 해당되는 떡밥을 정면으로 공략하기로 한 것 같다. 이러한 정면돌파 스토리라고 해도 작품 자체가 언제나 구태의연해지는 건 아니다. 큰 줄기와 별개로 세부적인 연출에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참신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놓고 구태의연하게 나가되 완성도를 크게 높이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완성도가 높으면 스토리가 진부해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스는 아직 방송 초기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참신함을 포기한 건 둘째치고, 배우의 면면과 제작비용에 비해 세부적인 완성도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띄우고 폭탄 터뜨리는 장면을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서 아주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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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째서 중요한 임무는 신참인 이병헌과 정준호가 다 처리하고, 정작 다른 선배 현장요원들은 등장하지 않는 걸까.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이병헌과 정준호의 전투능력이 엄청나게 높다고 주구장창 강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훈련과정은 배제된 채 오히려 군기가 빠진 말년병장 포스만 풍긴다. 실미도 수준의 빡센 훈련장면을 넣어도 설득력이 있을까 말까 한데.

 게다가 이들의 액션신도 최정예 비밀요원이라기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움직임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연출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선후보를 살해하려는 북한 저격수가 숨어있는 빌딩을 그들이 어떻게 한 순간에 찾아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그냥 "직감이 뛰어나서"라고 해버리면 그순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가 오버랩되며 김이 새는 것이다. 또 북한 망명자를 구출하러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 정준호는 음식으로 위장한 가스살포기 하나로 적들을 모두 쓸어버린다. 정예 요원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덕지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적들은 쓰러지면서 총 한방 쏴보지도 못한다.

 이런 문제점은 다크포스 쩌는 킬러로 그려지고 있는 탑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드라마에서는 "초천재 암살자이자 스나이퍼"라는 걸 부각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캐릭터의 능력을 보여줄 만한 연출을 시도하지 않는다. 혼자 적의 소굴에 침투에 다 쏴 죽인다거나 공항에서 요원들을 저격하는 장면은 그냥 "탑 멋있네" 정도의 감상만 나올뿐 "탑 킬러같네" 하는 감상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진짜 공작원들이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킬러들이 어떻게 암살을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부적인 정보와 노하우는 돈을 써야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정말로 돈을 써야 할 부분은 여기이다. 건물 부수고 차를 폭파시키는 데에만 돈을 쓸 게 아니라, 드라마를 좀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데에 돈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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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폭탄 떡법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래로 코스가 정해져 있다. [남북이 핵떡밥으로 긴장 고조 -> 총질하면서 존내 싸움 -> 그러다 결국 진짜 나쁜놈은 제3세력이었던 걸로 판명 -> 민족이 힘을 합쳐 핵주권을 찾기 위해 노력]. 그 제3세력은 일본일 수도 있고 미국일 수도 있지만, 소설과 달리 공중파는 국제관계 눈치도 봐야 하므로 대놓고 특정 국가를 나쁜놈으로 몰 수는 없겠지. 그러니 국내의 특정 정치세력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식으로 민족주의 냄새 풍기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대실망. 



 p.s.

- 아무래도 김일성(편의상) 목을 너무 쉽게 땄음. 그 과정도 너무 단순한 듯.
- 아, 그리고 정통 첩보액션 치고는 멜로 비중이 너무 많은 듯. 굳이 러브씬 찍으려고 일본 로케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그건 그렇고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에 이어서 또다시 김영철한테 버림받는 건가염 ㅠㅠ 예고편 보니까 "이유가 뭡니까" 이러던데 영화랑 싱크로율 100% ㅋㅋ

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6) by 민근

[13]

 형의 녹취록 중에서 일부를 글로 옮김. 날짜는 2033년 10월 8일. 즉 교황 방한 1주일 전, 그리고 내가 형의 연구실에 침투했던 날로부터 3일 전임.
 중간 중간에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 번역된 모기들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음. 

 나는 오랜 시간 모기와 대화를 하면서 드디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기들이 태고적부터 인간 못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기의 개체 하나하나의 지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들은 군집을 이루어 거대한 네트워크 형식의 두뇌를 형성한다. 우두머리 모기가 명령을 내린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 지성에 의한 지배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매커니즘으로서, 쉽게 말하면 대략 30여 년 전에 유행을 했던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저그(Zerg)"라는 종족의 집단적 지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저그"와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집단적 지성이 물질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그"의 모든 개체는 "오버마인드(Overmind)"라는 중앙 제어 개체에 의해 통솔된다. 하지만 모기들에게는 그러한 통솔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모기들은 그 무형의 집단적 지성을, 편의상 이렇게 지칭하고 있었다. (여기서 형의 목소리가 끊기고, 기계음으로 된 모기의 음성이 나온다.)

 [우리...는... 그 가르침...을... "모기 대왕(Lord Of The Mosquitos)"이라고 부른...다.]

 (다시 형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모기들이 대왕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저 집단적 지성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서 알 길이 없다. 일종의 전자파나 에너지일 수도 있고, 아예 실존하지 않는 허상일 수도 있다. 만약 "모기 대왕"을 좀 더 연구해서 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모기들과의 "대화"를 넘어서 모기들을 "지배"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바로 모기 대왕이 되는 것이다.


[14]

 나는 모기들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기들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오...늘 낮에도 어찌나... 말을 많이 시키던지, 그 인간 녀석 너무 귀...찮게 해.]
 
 모기들은 대화를 계속했다. <드라큘라 백작>의 시스템이 100% 가동되면서, 기계음이 끊기거나 늘어지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 멍청한 녀석은 아...직도 우리가 자기를 모기로 생각...하고 있는 줄 알겠지?]

 [인간인 주제에 모기인 척을 하다니. 이젠 속는 척 하는 것도 지겨워.]
 
 나는 숨도 쉬지 못하고 그들의 엄청난 대화를 엿들었다.

 [그래도 고마운 녀석이잖아. 그 미치광이 덕분에 우리의 계획이 3백 년은 단축됐어.]

 [그래. 우리에게 무기를 주고, 협박을 할 수 있는 통신수단까지 만들어 줬으니까. 이제 인간들을 사육하는 건 시간 문제야. 피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 지구는 온통 우리 모기들로 뒤덮이겠지. 수렵에서 농경으로 전환하는 대격변을 겪으면서 진화도 빨리 이루어질 거고, 1억 년 정도 지나면 이 은하계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거야.]

 그 말을 마치고 모기들은 단체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캉캉캉캉" 하는 불쾌한 기계음이었다. 모니터에는 텍스트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도 번역 시스템에 등록이 되지 않은 새로운 낼개소리가 감지된 모양이었다. 나는 문득 그 소리가 모기들의 웃음소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움에 목을 잔뜩 움츠렸다.

 형은 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형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이건 애초에 성당기사단 전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모기들은 인간을 굴복시켜 먹이사슬을 거꾸로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형은 모기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기들은 염세적이고 과대망상증이 있는 형을 이용해서 인간을 정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모기가 말한 "무기"는 곧 살상력이 높은 프랑스뇌염모기를 말하는 것이고, "협박을 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란 다름아닌 <드라큘라 백작>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당장이라도 인간들 피를 빨고 싶지만, 교황이 한국에 올 때까지는 참아야 돼. 지금은 번식장에 있는 프랑스뇌염모기들이 다 갇혀 있잖아. 그 미치광이 녀석이 자기 계획을 수행한답시고 프랑스뇌염모기들을 풀어놓으면, 비로소 우리 세상이 열리는 거지.]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모기들은 형이 교황을 암살하려고 프랑스뇌염모기들을 풀어놓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은 <드라큘라 백작>을 통해 그 모기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형의 착각이다. 모기들은 거꾸로 <드라큘라 백작>을 이용해서 인간들을 이렇게 협박할 것이다.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피를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프랑스뇌염으로 죽을 것이다."


[15]

 형의 녹취록 중에서 일부를 글로 옮김. 날짜는 2033년 10월 11일. 즉 내가 형의 연구실에 침투했던 날.
 <드라큘라 백작>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모기들과 보다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불과 며칠만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중요한 사항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모기들은 뛰어난 지능이 있었고 인간보다 훨씬 더 긴 종족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렵생활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수컷 모기들은 과일즙이나 나무의 수액을 찾아서 날아다녀야 했고, 암컷 모기들은 짐승의 혈액을 채취하기 목숨을 걸고 돌격해야 했다. 그들이 이러한 수렵생활을 졸업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인간들과 다른 형태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소유욕과 지배욕 때문이었다. 수렵생활에서는 하루하루의 수확량과 소비량이 서로 비슷했으므로 음식과 재물을 축적할 수 없었고, 따라서 사회적 계층이 생겨나기 어려웠다. 반면에 농경생활에서는 소비량보다 수확량이 더 많아지게 되므로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계급사회의 맹아가 싹틀 수 있다. 인간들은 모기들과 달리 각 개체의 두뇌에 의존하는 방식의 지능을 발달시켰기에 진화를 할수록 사적 욕구가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농경생활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기들은 집단적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개체의 안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모기들에게는 사적 욕구라는 개념이 없다. 암컷 모기가 피를 빠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알을 낳기 위한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해서이다. 물론 그 개체는 배가 고프다고 느껴서 피를 빠는 것이겠지만, 개체를 지배하는 집단적 지성의 의지는 그렇지 않다. 집단적 지성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적으로 종족을 보전하는 것"뿐이다. 이미 수렵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던 모기들은, 모험을 감수하며 농경생활에 돌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들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점차 모기들을 위협할 수 있는 종으로 성장했다. 인간들은 놀라운 지능을 발휘하여 모기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구제도구들을 발명했다. 모기들은 그들의 조상이 최초로 모기향의 냄새를 맡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모기향을 맡으면 차마 날개짓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고통이 엄습을 하고 곧이어 절명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특히 분사형 모기약은 스치기만 해도 키틴질의 껍질이 녹아내리릴 듯 따끔거린다고 한다. 심지어 별다른 구제도구가 없더라도, 인간은 손을 이용해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날렵하게 모기들을 사냥할 수 있지 않은가.

 수 천년에 걸쳐 조용히 인간을 조사한 모기들은, 이 위험한 종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농경사회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간을 멸종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특별한 관리방식을 도입해서 신개념의 혈액공급원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모기는 아직 결정이 내려진 바가 없다고 했고, 어떤 모기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형이 2015년 10월 3일의 일기장 맨 마지막 문단을 가로줄로 지운 것은 이날 이후인 것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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