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아프리카로 달려가지 by 민근

 청춘불패 하는날. 컵라면을 살포시 끓여놓고 11시 20분을 기다린다. 아프리카 초보인 나는 오늘에야 사람 많은 방에 들어가야 화질이 좋다는 걸 알았다. 으잉? 근데 애들이 왜 출근을 하지? 이건 숙박하는 프로그램은 아니었구나. 하긴 저 많은 애들을 다 재울려면 스케줄 조정이 장난 아니겠지. 근데 구하라 방송분량 점점 줄어들어. 이젠 슬슬 신인애들 띄워주는 타이밍인가? 그리고 진행은 역시 1화랑 마찬가지로 완전 산만하네. 아니, 그냥 아예 진행 자체가 없고 붕 뜬 느낌이다. 그리고 저번에 애들 전화로 울려가지고 그렇게 욕먹었으면서도 또 한다. 겨울엔 농촌에서 일거리 찾기도 어려울 텐데 여러모로 긴장좀 쳐야 할 듯.


 언제나 그렇듯 여기까진 훼이크고 이 포스트는 오로지 구하라 사진을 올리기 위한 핑계일뿐

 
그 유명한 아궁이하라 컬러버전. 몸빼가 협찬의상으로 보이고 아궁이가 벽난로로 보이면 카덕인가요?


 카라갤에 가봤더니 벌써 편집영상이 올라와 있었다. 보자마자 낼롬 저장해서 변환을 해보았다. 이글루스 동영상을 처음 써보는데.. 나도 정말 얘네들 때문에 가지가지 한다.


감출 수 없는 구능감

 저 몸빼 + 양말 패션은 1화 때무터 자연스럽게 정착한 것 같다. 거기다가 방한용 털신까지 신던데 이게 은근히 귀엽다. 한정된 소품으로도 상황에 맞으면서도 센스있는 코디를 하는 쿠느님.



모니터를 닦아줄 기세.
pd님 이런건 하지 말자 좀. ㅠㅠ

"낙태 반대"라는 표어에 관하여 by 민근

 현행법에 의하면 낙태가 정식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임신의 지속이 임산부의 건강에 문제가 되는 경우,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해 임신을 한 경우, 부모에게 우생학적 또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등이 전부이다(모자보건법 제14조 참고). 현실적으로 낙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경제적 사유"는 고려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양육 불가를 이유로 낙태를 하는 건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불법 낙태시술이 만연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낙태에 관해 의견을 표명하는 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낙태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혹은 관대하든 엄격하든 간에 결국 생명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낙태에 관한 의견표명은 "어느 쪽이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낙태에 찬성을 하거나 관대하게 바라보는 시각을 취하는 사람만 조심스러워야 하는 게 아니다. 낙태를 반대하거나 엄격하게 바라보는 사람들도 윤리적 우월감에 무한정 젖어있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낙태가 순수하게 당사자 개인의 문제인 것은 아니며 사회적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한 사안이기는 하다. 개인 영역과 사회 영역의 경계에 있는 이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회적 개입은 법이 개입을 허용하는 원래의 취지에 부합해야 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사회적 개입 중에 하나는 바로 종교이다. 종교인구가 많은 외국에서는 낙태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예민한 주제이며, 특히 낙태에 관한 입장이 정치인의 성향을 가늠하는 요소로 평가되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낙태 옹호 발언을 한 의사가 염산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낙태행위를 범죄(Crime)로 인식하기 이전에 종교적 죄악(Sin)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인들이기에 발생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이러한 낙태 반대론은 낙태 문제에 사회가 개입하는 원래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다. 이들의 주된 관심은 부모와 태아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적 이슈로서의 낙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교사상이 사회 전반에 깔린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의 낙태 반대론이 존재한다. 이런 무조건적 낙태 반대론의 특징은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검토가 없다는 점이다. 부모의 신체적, 경제적 상태와 제반 사정에 대한 고려 없이, 강간당했거나 산모가 죽을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낳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어떻게 보면 인간 본성에 충실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성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나는 예전부터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부모가 도저히 아이를 양육할 사정이 되지 않아 아이를 지우려고 한다. 당신은 아무 관계가 없는 제3자로서, 그들에게 아이를 지워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의 만류로 그 아이가 태어났다면, 당신은 그 아이에게 양육비를 지원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대답을 할 것이다. "내가 양육비를 왜 줘? 어쨌든 당신들은 애를 낳아야 해." 이러한 대답이 야속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육비 줄 것도 아니면서 당신이 뭔데 낳으라 마라인가" 하는 식으로 따지려는 건 아니다. 범죄행위를 비난하는 데에 꼭 어떠한 자격이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살인자를 비난할 수 있는 자가 꼭 피해자 가족뿐만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문제는 낙태라는 범죄가 가지는 특수성이다. 일반적인 범죄는 본래 온전히 사회적인 영역에 속한 것이지만, 낙태 문제에는 사회적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낙태를 결정하기까지 당사자들에게 고민과 고통이 없었을 리 없다. 그 결정이 언제나 정당한 것은 아니기에 사회적 개입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당사자가 왜 그런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공감을 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이유에서 현행 모자보건법상의 정당화사유도 좀더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낙태 반대"라는 표어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낙태는 범죄이므로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낙태 반대론자들 역시 산모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낙태라든지 강간 등에 의한 낙태는 인정하고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낙태 반대"라는 표어는, "부모의 인생"과 "태아의 생명권" 간에 비례적 형량의 결과가 불분명한 경우에도 후자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전제 위에 놓여져 있다. 이러한 일률적인 시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낙태 문제에는 사회적 요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제3자라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는 "이러한 사정이 있다면 낙태를 허용/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의견을 표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개 사건에 관해서가 아니라 일률적으로 "나는 낙태를 허용/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잘라 말하는 것은 이와 다른 것이다.

청춘불패 - 구능감 폭발 by 민근

 이거 본다고 생전 쓰지도 않던 아프리카를 ON. 오오 쿠느님이 오시는구나.

 기대속에 방영된 청춘불패 첫화. 방송 자체로 보면 무난하긴 하지만 좋은 평가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일단 여타 고정멤버형 버라이어티와 구도가 달랐습니다.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을 하고 알아서 방송분량 뽑아주는 걸 기대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별도로 엠씨가 투입됐는데 이런 방식은 새롭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산만한 것 같네요. 회가 거듭돼서 멤버들이 적응을 하고 캐릭터를 찾으면 좀 괜찮아 지려나? 

 처음 도입부에서 각 그룹 숙소가 공개됩니다. 카라 숙소는 1집때부터 하도 많이 공개돼서 이제는 편안한 느낌마저 드네요. 이른 새벽부터 출근하는 하라 챙겨주러 같이 일어난 니콜. 니콜은 평소에도 멤버들에게 요리를 자주 해주는 걸로 유명합니다. 챙겨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것 같습니다.
 하라의 방송분량은 중상 정도였는데 초반에 했던 장기자랑이 거의 80%인 것 같네요. 장기자랑 순번도 맨 처음이었는데 스타트를 화려하게 끊어주었습니다. 장기자랑은 멤버 중에서 제일 잘했던 것 같습니다.
 텀블링으로 자연스럽게 사탕을 떨군 다음 뇌물로 바치는 권모술수의 달인

 그리고 이어서 사랑의 트위스트를 부릅니다. 적절한 선곡센스와 미리 연습한 듯한 수준의 댄스를 선보이며 민심을 굳히는 하라. 쪼끄만게 밀짚모자 쓰고 나와서 트위스트를 어찌나 잘 추던지. 어르신들 진짜 엄청 신나셨을 듯. 어쨌든 트위스트 쿠 이때부터 이미 예능감 폭발.
본격 트위스트 추다가 허리 꺾일 기세.jpg
 트위스트로도 만족을 못하고 과도한 개그욕심으로 초반부터 무리수를 두는 구하라씨. 결국 어르신들 앞에서 엉덩이를 흔들다가 엠씨들에게 뒷목 잡혀서 끌려 들어옵니다. 하지만 텀블링 + 사랑의 트위스트 + 엉덩이 춤 삼단콤보로 방송분량은 한계치까지 확보하고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엉덩이 춤 좋아하시죠?"는 유행어로 굳어지기까지.

 중후반부에는 비교적 분량이 적어지는데 아마도 PD가 형평성을 좀 고려한 것 같네요.

 엠씨도 좋지만 앞으로는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캐릭터도 잡히고 별명도 생길 수 있으니까요. 멤버들이 정면에 서서 진행을 하려면 더 능청스러워야 되고 스스럼없이 서로를 갈굴 수 있어야 되는데 결국은 서로 더 친해지는 방법밖에 없겠지요. 더불어 농촌생활에도 적응해서 한결 여유롭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네요. 

어쩔 수 없는 화보인생.jpg

나의 귀여움에 한계는 없지영 by 민근





니콜 싸이에 올린 셀카.
 리액션이 이렇게 폭발적인데 언니들이 안 갈굴 수 없지영. ㅋㅋ


 

아이리스 잡담 by 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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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력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다. 나는 스토리와 연출만 좋으면 빠져드는 쉬운 남자니까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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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든 드라마든 블록버스터라는 수식어를 달고 나오는 작품은 구태의연할 수밖에 없다. 블록버스터급을 찍으려면 제작비용이 많이 들어가므로, 괜히 실험정신을 발휘했다가 실패할 경우에는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전에 성공했던 작품의 스토리와 대중이 좋아하는 코드를 섞어 안전성을 확보한다. 제작자는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가 아무리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해도, 투자자들과 대중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많은 열정을 쏟는다면 참신하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겠지만, 혼자서 작업을 하는 게 아니므로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제작자에게는 작품에 애정을 쏟고 장인정신을 발휘할 여지가 부족한 것이다. 

 아이리스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북한과 얽히지 않고서는 스케일 큰 총싸움을 할 건덕지가 없기에 "김일성 목 따기"와 "핵폭탄에 무궁화 꽃 피우기"은 피할 수 없는 소재이긴 하다. 금전적인 지원이 든든하므로 가장 핵심에 해당되는 떡밥을 정면으로 공략하기로 한 것 같다. 이러한 정면돌파 스토리라고 해도 작품 자체가 언제나 구태의연해지는 건 아니다. 큰 줄기와 별개로 세부적인 연출에 신경을 쓰면 얼마든지 참신한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대놓고 구태의연하게 나가되 완성도를 크게 높이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 완성도가 높으면 스토리가 진부해도 좋은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스는 아직 방송 초기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참신함을 포기한 건 둘째치고, 배우의 면면과 제작비용에 비해 세부적인 완성도가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헬리콥터 띄우고 폭탄 터뜨리는 장면을 잘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장면에서 아주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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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어째서 중요한 임무는 신참인 이병헌과 정준호가 다 처리하고, 정작 다른 선배 현장요원들은 등장하지 않는 걸까.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이병헌과 정준호의 전투능력이 엄청나게 높다고 주구장창 강조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훈련과정은 배제된 채 오히려 군기가 빠진 말년병장 포스만 풍긴다. 실미도 수준의 빡센 훈련장면을 넣어도 설득력이 있을까 말까 한데.

 게다가 이들의 액션신도 최정예 비밀요원이라기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움직임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연출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대선후보를 살해하려는 북한 저격수가 숨어있는 빌딩을 그들이 어떻게 한 순간에 찾아낸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그냥 "직감이 뛰어나서"라고 해버리면 그순간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가 오버랩되며 김이 새는 것이다. 또 북한 망명자를 구출하러 단신으로 적진에 뛰어든 정준호는 음식으로 위장한 가스살포기 하나로 적들을 모두 쓸어버린다. 정예 요원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건덕지는 하나도 없다. 게다가 적들은 쓰러지면서 총 한방 쏴보지도 못한다.

 이런 문제점은 다크포스 쩌는 킬러로 그려지고 있는 탑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드라마에서는 "초천재 암살자이자 스나이퍼"라는 걸 부각시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정작 캐릭터의 능력을 보여줄 만한 연출을 시도하지 않는다. 혼자 적의 소굴에 침투에 다 쏴 죽인다거나 공항에서 요원들을 저격하는 장면은 그냥 "탑 멋있네" 정도의 감상만 나올뿐 "탑 킬러같네" 하는 감상은 나오지 않는다.

 사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진짜 공작원들이 어떻게 활동을 하는지, 그리고 킬러들이 어떻게 암살을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세부적인 정보와 노하우는 돈을 써야만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정말로 돈을 써야 할 부분은 여기이다. 건물 부수고 차를 폭파시키는 데에만 돈을 쓸 게 아니라, 드라마를 좀더 설득력 있게 만드는 데에 돈을 써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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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폭탄 떡법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래로 코스가 정해져 있다. [남북이 핵떡밥으로 긴장 고조 -> 총질하면서 존내 싸움 -> 그러다 결국 진짜 나쁜놈은 제3세력이었던 걸로 판명 -> 민족이 힘을 합쳐 핵주권을 찾기 위해 노력]. 그 제3세력은 일본일 수도 있고 미국일 수도 있지만, 소설과 달리 공중파는 국제관계 눈치도 봐야 하므로 대놓고 특정 국가를 나쁜놈으로 몰 수는 없겠지. 그러니 국내의 특정 정치세력으로 그려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어쨌든 이런 식으로 민족주의 냄새 풍기게 된다면 그땐 정말로 대실망. 



 p.s.

- 아무래도 김일성(편의상) 목을 너무 쉽게 땄음. 그 과정도 너무 단순한 듯.
- 아, 그리고 정통 첩보액션 치고는 멜로 비중이 너무 많은 듯. 굳이 러브씬 찍으려고 일본 로케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 그건 그렇고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에 이어서 또다시 김영철한테 버림받는 건가염 ㅠㅠ 예고편 보니까 "이유가 뭡니까" 이러던데 영화랑 싱크로율 100% ㅋㅋ

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6) by 민근

[13]

 형의 녹취록 중에서 일부를 글로 옮김. 날짜는 2033년 10월 8일. 즉 교황 방한 1주일 전, 그리고 내가 형의 연구실에 침투했던 날로부터 3일 전임.
 중간 중간에 <드라큘라 백작>에 의해 번역된 모기들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음. 

 나는 오랜 시간 모기와 대화를 하면서 드디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모기들이 태고적부터 인간 못지 않은 지능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기의 개체 하나하나의 지능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그들은 군집을 이루어 거대한 네트워크 형식의 두뇌를 형성한다. 우두머리 모기가 명령을 내린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 지성에 의한 지배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고차원적인 매커니즘으로서, 쉽게 말하면 대략 30여 년 전에 유행을 했던 컴퓨터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저그(Zerg)"라는 종족의 집단적 지성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저그"와 다른 점이 있는데, 그것은 집단적 지성이 물질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저그"의 모든 개체는 "오버마인드(Overmind)"라는 중앙 제어 개체에 의해 통솔된다. 하지만 모기들에게는 그러한 통솔자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모기들은 그 무형의 집단적 지성을, 편의상 이렇게 지칭하고 있었다. (여기서 형의 목소리가 끊기고, 기계음으로 된 모기의 음성이 나온다.)

 [우리...는... 그 가르침...을... "모기 대왕(Lord Of The Mosquitos)"이라고 부른...다.]

 (다시 형의 목소리가 시작된다.) 모기들이 대왕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저 집단적 지성의 실체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서 알 길이 없다. 일종의 전자파나 에너지일 수도 있고, 아예 실존하지 않는 허상일 수도 있다. 만약 "모기 대왕"을 좀 더 연구해서 이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면, 모기들과의 "대화"를 넘어서 모기들을 "지배"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다. 내가 바로 모기 대왕이 되는 것이다.


[14]

 나는 모기들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모기들은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오...늘 낮에도 어찌나... 말을 많이 시키던지, 그 인간 녀석 너무 귀...찮게 해.]
 
 모기들은 대화를 계속했다. <드라큘라 백작>의 시스템이 100% 가동되면서, 기계음이 끊기거나 늘어지는 빈도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그 멍청한 녀석은 아...직도 우리가 자기를 모기로 생각...하고 있는 줄 알겠지?]

 [인간인 주제에 모기인 척을 하다니. 이젠 속는 척 하는 것도 지겨워.]
 
 나는 숨도 쉬지 못하고 그들의 엄청난 대화를 엿들었다.

 [그래도 고마운 녀석이잖아. 그 미치광이 덕분에 우리의 계획이 3백 년은 단축됐어.]

 [그래. 우리에게 무기를 주고, 협박을 할 수 있는 통신수단까지 만들어 줬으니까. 이제 인간들을 사육하는 건 시간 문제야. 피 걱정 없이 살 수 있으니 지구는 온통 우리 모기들로 뒤덮이겠지. 수렵에서 농경으로 전환하는 대격변을 겪으면서 진화도 빨리 이루어질 거고, 1억 년 정도 지나면 이 은하계를 지배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할 거야.]

 그 말을 마치고 모기들은 단체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캉캉캉캉" 하는 불쾌한 기계음이었다. 모니터에는 텍스트가 나타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도 번역 시스템에 등록이 되지 않은 새로운 낼개소리가 감지된 모양이었다. 나는 문득 그 소리가 모기들의 웃음소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두려움에 목을 잔뜩 움츠렸다.

 형은 대체 무슨 일을 한 것일까? 형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는 걸까? 이건 애초에 성당기사단 전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믿을 수 없게도 모기들은 인간을 굴복시켜 먹이사슬을 거꾸로 뒤집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형은 모기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기들은 염세적이고 과대망상증이 있는 형을 이용해서 인간을 정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모기가 말한 "무기"는 곧 살상력이 높은 프랑스뇌염모기를 말하는 것이고, "협박을 할 수 있는 통신수단"이란 다름아닌 <드라큘라 백작>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다.

 [당장이라도 인간들 피를 빨고 싶지만, 교황이 한국에 올 때까지는 참아야 돼. 지금은 번식장에 있는 프랑스뇌염모기들이 다 갇혀 있잖아. 그 미치광이 녀석이 자기 계획을 수행한답시고 프랑스뇌염모기들을 풀어놓으면, 비로소 우리 세상이 열리는 거지.]

 나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모기들은 형이 교황을 암살하려고 프랑스뇌염모기들을 풀어놓을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형은 <드라큘라 백작>을 통해 그 모기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형의 착각이다. 모기들은 거꾸로 <드라큘라 백작>을 이용해서 인간들을 이렇게 협박할 것이다.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피를 바쳐라. 그렇지 않으면 너희들은 프랑스뇌염으로 죽을 것이다."


[15]

 형의 녹취록 중에서 일부를 글로 옮김. 날짜는 2033년 10월 11일. 즉 내가 형의 연구실에 침투했던 날.
 <드라큘라 백작>의 번역 소프트웨어가 나날이 업그레이드 되면서 모기들과 보다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불과 며칠만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다. 그 중에 중요한 사항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모기들은 뛰어난 지능이 있었고 인간보다 훨씬 더 긴 종족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렵생활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다. 수컷 모기들은 과일즙이나 나무의 수액을 찾아서 날아다녀야 했고, 암컷 모기들은 짐승의 혈액을 채취하기 목숨을 걸고 돌격해야 했다. 그들이 이러한 수렵생활을 졸업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인간들과 다른 형태의 지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농경생활을 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소유욕과 지배욕 때문이었다. 수렵생활에서는 하루하루의 수확량과 소비량이 서로 비슷했으므로 음식과 재물을 축적할 수 없었고, 따라서 사회적 계층이 생겨나기 어려웠다. 반면에 농경생활에서는 소비량보다 수확량이 더 많아지게 되므로 빈부격차가 발생하게 되고 계급사회의 맹아가 싹틀 수 있다. 인간들은 모기들과 달리 각 개체의 두뇌에 의존하는 방식의 지능을 발달시켰기에 진화를 할수록 사적 욕구가 강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인간들은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농경생활로 전환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기들은 집단적 지성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들에게 개체의 안위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모기들에게는 사적 욕구라는 개념이 없다. 암컷 모기가 피를 빠는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알을 낳기 위한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해서이다. 물론 그 개체는 배가 고프다고 느껴서 피를 빠는 것이겠지만, 개체를 지배하는 집단적 지성의 의지는 그렇지 않다. 집단적 지성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효과적으로 종족을 보전하는 것"뿐이다. 이미 수렵생활 속에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던 모기들은, 모험을 감수하며 농경생활에 돌입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간들이 등장하면서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고 도구를 사용하며 언어로써 의사소통을 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점차 모기들을 위협할 수 있는 종으로 성장했다. 인간들은 놀라운 지능을 발휘하여 모기들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구제도구들을 발명했다. 모기들은 그들의 조상이 최초로 모기향의 냄새를 맡았던 순간을 기억한다. 모기향을 맡으면 차마 날개짓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격렬한 고통이 엄습을 하고 곧이어 절명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했다. 특히 분사형 모기약은 스치기만 해도 키틴질의 껍질이 녹아내리릴 듯 따끔거린다고 한다. 심지어 별다른 구제도구가 없더라도, 인간은 손을 이용해 다른 어떤 동물들보다 날렵하게 모기들을 사냥할 수 있지 않은가.

 수 천년에 걸쳐 조용히 인간을 조사한 모기들은, 이 위험한 종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농경사회로 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간을 멸종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특별한 관리방식을 도입해서 신개념의 혈액공급원으로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떤 모기는 아직 결정이 내려진 바가 없다고 했고, 어떤 모기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내가 추측하기로는, 형이 2015년 10월 3일의 일기장 맨 마지막 문단을 가로줄로 지운 것은 이날 이후인 것 같다.


(계속)
 

가정식(?) 레토르트 곰국 by 민근

 엄마는 보약에만 쓴다는 레토르트 포장을 곰국에 적용할 생각을 하셨다. 처음 간 곳에서는 안 해준다고 해서 두 번째 가게에 맡기셨다고 한다. 반찬이고 국거리고 뭐고 서울에 가져다 놓아도 내가 잘 안 해먹고 버린다는 걸 알고 계셨으므로 결국에는 이런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발휘하신 듯.

 
어머니의 정성이 느껴지는 뿌연 사골국물 ㅠㅠ

 출출할 때 두 봉지씩 잘라서 전자렌지에 데워 먹어 봤는데 맛이 좋았다. 그래서 제대로 밥이랑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일단 밥을 한다. 한끼 분량에 딱 맞추는 게 중요하다. 남기면 100%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정확히 한 컵 반. 라면 먹고 말아먹을 때에는 한 컵. 오래된 쌀이면 물을 눈금보다 좀 넉넉하게 부어준다.
 사골국물은 그릇에 넣어서 전자렌지에 데워도 되지만 기분상 냄비를 사용하기로 했다.
데운다. 원래는 빨간불인데.. 뭐냐 저 하이테크놀러지틱한 보라색 빛은?
냉동 보관하던 대파도 꺼낸다. 원래는 귀찮아서 이런 거 안 넣는데 사진을 찍다 보니..
 
이제 소금으로 간을 하고 먹으면 됩니다. 김치는 필수.

 저렇게 해먹은 이후로 벌써 몇 번을 더 먹었다. 너무 간단하고 뒷정리할 것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정말 이보다 더 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레토르트 포장은 정말 위대한 것 같다. 엄마 고마워요. 이번엔 안 남기고 다 먹을게요.

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5) by 민근

[10]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으므로 밤공기가 차가웠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내내 창문을 닫을 수가 없었다. 긴장감 때문에 너무나 답답했기 때문이다. 새벽 4시가 다 된 시간이었으므로 도로는 한적했다. 텅 빈 도심을 가로지르면서도, 문득 누군가 따라오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이 상황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형의 계획은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첨단 로봇 <드라큘라 백작>의 개발에 성공하고, 돌연변이에 불과했던 "프랑스뇌염모기"를 대량 번식시켰다는 건 물심양면으로 엄청난 지원이 있었다는 걸 의미한다. 형은 능력에 비해 그릇의 크기가 작아 어떤 조직의 지도자가 될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형은 허수아비로서 제격인 사람이다. 어쩌면 형은 뛰어난 연구자이자 얼굴마담으로서 외형상 조직의 대표자로 내세워진 것일 수도 있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형이 아니라, 뒤에서 형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의 실세였다. 이처럼 거대하고도 대담한 음모를 진행시키려면 적어도 한 나라의 정부급 이상의 규모와 행동력을 가진 조직이 뒤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크다. 
 
 형은 기독교인들을 모두 암살하겠다는 기괴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뒤에서 조직을 움직이는 수뇌부는 그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목표가 형의 망상보다 덜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들은 실제로 치명적인 생체무기 "프랑스뇌염모기"를 번식시켰고, <드라큘라 백작>을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있지 않은가. 설마 정말로 성당기사단이 형의 배후에 있는 것일까? 그들은 정말로 수 세기에 걸쳐 복수의 때를 기다려 온 것일까?  

 심란한 마음을 안고 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빌딩 지하 주차장에 아무렇게나 차를 세우고 잠시 숨을 고르자 입에서 입김이 나왔다. "자끄 드 몰레 모기 연구실"로 가기 위해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더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카드키를 확인한 후에 엘리베이터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는 지상 22층, 지하 3층 버튼이 전부였다. 하지만 "자끄 드 몰레 모기 연구실"은 숨겨진 지하 4층에 있었다. 전에 형을 따라서 내려올 때에 눈여겨 봐 두었기 때문에 나는 4층으로 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2, 5, 8, 3, 3, 8. 이 순서였지."

 나는 순서대로 층 버튼을 눌렀다. 이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처음엔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생각을 해 보니 이건 테트라그라마톤(YHVH)에 해당하는 4개의 문자를 알파벳 순서대로 숫자에 대입한 것이었다. 형은 카발라에 심취해 있었고 숫자로 장난치는 걸 즐겼으므로 나는 테트라그라마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이건 4층으로 향하는 비밀번호인 셈이었다.

 입력을 마치자 엘리베이터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잠시 후 문이 열렸고, "자끄 드 몰레 모기 연구실" 입구가 나타났다. 나는 형의 카드키를 꺼내서 바포메트가 새겨진 인식기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갈라졌다. 어두운 복도는 대리석 바닥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구두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마지막 유리문을 열고 연구실에 들어섰을 때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에서 희미하게 빛을 반사하고 있는 플라스크와 시험관들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일단 휴대전화 액정 불빛으로 발밑을 비추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맞은편에 다다라 손으로 벽을 더듬었더니 스위치들이 만져졌다. 나는 그것들을 조명 스위치라고 생각하고 모두 작동시켰다. 

 그러자 연구실이 확 밝아지면서, "왜애애앵" 하는 사이렌 소리가 연구실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11]

 날짜 확인 불가, 형의 연구일지에서 발췌.

 현재 <드라큘라 백작>의 하드웨어는 거의 완성되었지만, 음향인식 소프트웨어가 예정보다 늦어질 것 같다. 이건 모기들의 의사소통 메커니즘이 우리의 최초 예상보다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모기들은 날개짓에 의한 미묘한 주파수 변동으로 다양하면서도 고차원적인 대화를 주고받는다. 이건 마치 예민한 현악기를 연주하는 것과 같다.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마치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는 외국어를 공부하는 기분이 든다. 모기어-한국어 사전을 완성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우리는 역사적 사명감을 안고 매진하고 있다. 한가지 신기한 것은, 모기들의 언어를 번역하는 데에 있어서 모기들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작업을 하면 훨씬 수월하다는 점이다. 반면 모기들을 단순히 지능이 없는 곤충으로 파악하고 번역을 하면, 기존의 데이터와 모순이 생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건 좀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12]

 갑작스런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스위치를 끄려던 나는, 잠시 후에 이 소리가 경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날개소리였다. 그것도 수많은 모기들이 모여서 내는 날개소리였다. 나는 며칠 전에 형이 보여줬던 "프랑스뇌염모기"를 가둬놓은 유리상자 앞으로 다가갔다. 소리는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유리상자는 거의 밀폐되어 있었지만, 상자 안쪽에 고감도 마이크가 설치죄어 있었기 때문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날개소리가 출력되었던 것이다. 날개소리를 출력시킨 이유는 컴퓨터로 그 주파수를 분석해서 번역을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나는 일단 볼륨 조정장치를 찾아 스피커의 소리를 낮추었다.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은 <드라큘라 백작>을 파괴하기 위해서였다. <드라큘라 백작>은 연구실 한가운데의 유리상자 안에 들어있었다. 저 유리상자를 부수면 분명히 경보가 울릴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다면 경보를 울리는 한이 있더라도 저 괴물을 파괴할 작정이었지만, 우선 조용히 일을 완수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해보기로 했다. 일단 정보를 얻으려면, <드라큘라 백작>을 가동시켜야 한다. 연구실의 모든 컴퓨터는 <드라큘라 백작>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운이 좋다면 자폭을 하는 프로그램이 내장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경보는 울리겠지만, 자폭이 가능하다면 목표가 100% 소멸한다는 뜻이므로 시도를 해볼 만 하다.
 
 일단 메인 컴퓨터를 부팅시킨 후에, <드라큘라 백작>을 가동하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켰다. 커다란 모니터 오른쪽에는 <드라큘라 백작>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비디오 영상이 나타났고, 왼쪽에는 모기의 날개소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출력해 주는 창이 열렸다. 흡사 채팅할 때에 사용되는 프로그램과 비슷한 구성이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자, <드라큘라 백작>의 눈이 붉게 빛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라큘라 백작>은 서서히 날개짓을 하더니 이내 공중으로 20센티미터 정도 떠올랐다. 마치 헬리콥터처럼 공중에 멈춘 채, <드라큘라 백작>은 자체 부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나는 프로그램을 대략적으로 훑어 보았지만, 자폭 기능은 존재하지 않았다. 좀더 유용한 정보가 없을까 하고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는데, 갑자기 <드라큘라 백작>이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모니터 왼편에는 한국어로 된 텍스트가 한 단어씩 출력되었고, 곧이어 <드라큘라 백작>이 화면에 출력된 문장을 그대로 소리로 옮기기 시작했다. 

 [이...봐... 조금 밝...아진 것 같...지 않아?]

 완벽한 하나의 문장이었지만, 매우 어색한 기계음이었다. 그 소리에 나는 온통 소름이 돋았다. 아마도 <드라큘라 백작>의 번역 시스템이 가동된 것 같았다. <드라큘라 백작>은 "프랑스뇌염모기"들의 날개소리를 감지하고 자동으로 이를 음성과 텍스트로 동시에 번역을 한 것이다. 결국 내가 연구실의 조명을 켜자 유리상자 안에 있던 모기 중 하나가 이를 감지하고 의사표현을 했다는 뜻이다. 나는 한편으로는 신기했지만 한편으로는 원인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왠지 이건 인간이 접근해서는 안 되는 영역 같았다.

 이어진 다른 모기의 목소리는 나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무슨... 소리야... 인간...들은... 지금... 다 퇴근...했을 텐...데...]



 (계속)

모기 대왕 (Lord Of The Mosquitos) (4) by 민근

[7]

 형과 마찬가지로 나도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독실한 신자인 부모님과 갈등이 많았다. 부모님과 싸우는 게 싫어서 억지로라도 기독교를 믿어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지만 나는 도저히 신앙을 가질 수 없었다. 특히 나는 가식 투성이인 교회의 분위기에 적응을 할 수가 없었고, 굴육적인 가사의 찬송가를 부르는 게 너무 싫었다. 교리 자체도 너무 조악하고 모순 투성이였다. 의사로서 사회적으로 엘리트 그룹에 속하는 부모님이 지구의 나이가 1만 년도 안 됐다는 것과 공룡이 인간과 공존했던 시절이 있다는 것, 그리고 노아의 방주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을 그대로 믿고 계신다는 건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형의 종교관은 나보다 훨씬 극단적이었다. 형이 어쩌다가 기독교인들에 대한 대량학살을 도모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형도 원래부터 그 정도로 괴팍한 사람은 아니었다. 형이 그렇게 된 건 성당기사단 전설 때문이다. 성당기사단 전설에 대한 권위자들의 해석은 수도 없이 많지만, 형은 형 나름대로 독창적인 풀이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이 바로 모든 기독교인들의 암살이다. 형은 대학에 다닐 때부터 신비주의 서적에 파묻혀 지냈지만, 당시에는 그저 에반게리온에 등장한 세피로트의 나무를 베껴 그리거나 생 제르맹 백작을 모티브로 한 삼류 소설들을 읽는 게 전부였다. 형이 본격적으로 음모론에 빠져든 건 "자끄 드 몰레의 복수"라는 회사를 기획하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형은 창업을 준비한다는 명목으로 자주 유럽을 방문했다. 하지만 내가 어깨 넘어로 관찰한 결과 형은 유럽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과 성당에서 보냈다. 오래된 희귀 자료를 소장한 도서관, 그리고 성당기사단 전설에 관련된 성당은 거의 모두 누빈 것 같았다. 아무래도 그 과정에서 형은 스스로 모종의 비밀에 접근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나는 형과 헤어진 후 며칠동안 형의 일과를 관찰했다. <드라큘라 백작>을 파괴하러 연구실에 침투할 기회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마침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떄라서 나는 시간이 넉넉했다. 형은 매일 오후 1시쯤 오피스텔을 떠나 회사로 출근을 했다. 그리고 새벽 4시가 다 되도록 건물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형은 퇴근할 때에도 항상 이상한 숫자와 코드가 적힌 서류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4년 동안 추석에 집을 찾지 않았던 형이 올해에는 웬일로 집에 들리겠다고 한 것이다. 나에게는 별다른 핑계거리가 없었으므로 추석 내내 집을 비우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는 일단 집에 머물다가, 연휴 기간 중 때를 봐서 밤에 몰래 집을 빠져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연구실에 들어가려면 일단 두 가지 도구가 필요했다. 첫 번째는 일단 빌딩 자체에 출입하기 위한 보안카드였다. 이건 나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두 번째가 바로 <드라큘라 백작>이 보관되어 있는 "자끄 드 몰레 모기 연구실"의 출입키였다. 이건 오로지 형을 비롯한 극소수의 회사 간부들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었으므로, 형에게서 훔쳐내는 수밖에 없었다. 

 추석날 집에 들어온 형을 부모님은 반가워하면서도 이상하게 생각하셨다. 부모님이 형의 얼굴을 본 건 거의 반 년만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은 식사 내내 거의 말이 없었다. 형은 부모님의 기도가 끝난 후에야 상에 앉아서 수저를 들었다. 형은 저녁을 먹는 내내 뭔가 중요한 할 말이 있는 눈치였다. 

 "아버지"

 형이 맛살이 들어간 부침개를 집으면서 드디어 입을 열었다. 

 "교황이 죽으면 추모회에 가실 건가요?"

 오랜 침묵을 던진 형의 말이 너무 엉뚱해서인지, 아버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냐?"

 "그냥 별 의미 없어요. 지금 교황이 나이가 많잖아요.."

 "이태리까지는 못 가도 서울에서 하는 거라면 당연히 가야지."

 "아버지랑 어머니는 개신교잖아요. 굳이 갈 필요가 있어요?"

 형이 다시 묻자, 이번엔 어머니가 대답하셨다.

 "개신교든 천주교든 다 같은 기독교잖니. 그건 그렇고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니?"

 "저는 어머니랑 아버지가 안 가셨으면 좋겠어요."

 형은 계속해서 부침개를 집어들었다. 아마도 형은 이 말을 하기 위해 불편함을 무릅쓰고 집을 찾은 것이리라. 

 "왜 그러냐? 무슨 일 있냐?"

 "잘 먹었어요. 전 들어가서 책좀 보다가 잘게요."

 형은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8]

 형의 방은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불이 꺼졌다. 거실에서 TV를 보는 척하고 있던 나는 베란다를 통해 형의 방 불이 꺼진 걸 확인하고는 숨을 죽이고 형의 방문을 열었다. 형의 방은 창고로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형은 낡은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 자켓을 벗지 않은 걸로 보아 형은 잠들기 직전까지 책을 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형의 자켓을 뒤져서 지갑을 찾았다. 지갑 속에는 "자끄 드 몰레 모기 연구실"로 들어갈 수 있는 카드키가 있었다. 형이 잠든 걸 다시 확인한 후에, 나는 지갑을 다시 자켓 속에 밀어넣었다. 

 몸을 일으켜 방에서 빠져나오려는 순간, 귓가에 모기 날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손바닥을 들어 소리가 난 귓가로 가져다 댔다. '찰싹'하는 소리가 들렸고, 내 손바닥에는 배가 터져 피가 흘러나온 모기 한마리가 붙어 있었다. '찰싹' 소리는 내 귓가에서 울렸으므로 내게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는 아차 싶어서 형 쪽을 바라보았다.

 대보름의 달빛 한줄기가 어두운 방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고, 나의 눈은 회색으로 칠해진 형의 눈동자 마주쳤다. 금방 잠에서 깬  부스스한 눈이 아니라 똑바로 부릅뜬 눈이었다. 나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너 여기서 뭐 하냐?"

 형이 몸을 일으키면서 물었다. 그와 동시에 형은 습관처럼 자켓 안주머니를 더듬었다. 지갑이 만져지자 형은 다시 손을 내렸다.

 "깨, 깨우려고 한 건 아닌데 미안해. 창문이 열려있길래 닫으려고 왔어."

 "창문은 왜?"

 "형 모기 물리는 거 엄청 싫어하잖아. 이것 봐, 내가 벌써 한 마리 잡았어."

 나는 형에게 모기와 피가 묻은 손을 내밀었다. 

 "아참, 여긴 연구실이 아니었지. 창문 닫아야겠구나. 고맙다."

 다행히 형은 내가 카드키를 빼낸 걸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형은 창문을 닫은 후에 다시 매트리스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코를 골기 시작했다. 나는 카드키를 움켜쥔 채 재빨리 형의 방을 빠져나왔다.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현관문을 열고 지하주차장으로 달려간 나는 아버지의 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한밤의 아파트 단지에는 개미새끼 하나 보이지 않았다. 새벽안개를 가르면서 나는 형의 연구실 빌딩을 향해 차를 몰았다.


[9]

 2033년 7월 19일, 형의 일기에서 발췌. 

 누군가가 말하길,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고 한다. 모기의 몸무게는 대략 3밀리그램이고, 피를 가득 채웠을 때에는 13밀리그램 정도이다. 그렇다면 모기는 육신보다 영혼의 무게가 더 무거운 영적인 동물이란 얘기가 된다. 실제로 나는 가끔 그렇게 느낄 때가 있다. 특히 <드라큘라 백작>을 통해서 모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모기들은 실제로는 뛰어난 지능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러 하급 생명체인 척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우매한 경전이 가르치기를 인간 이외의 동물은 인간에게 사용당하고 지배당할 운명으로 창조된 것이라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소와 돼지를 잡아먹기 위해 사육하듯이, 인간은 모기들에 의해 혈액공급원으로서 사육당하고 있는 것일 지도 모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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