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는 여자가 싸잡혀 욕먹고 있다며 이상할 정도로 분개하고 있다. 여론은 대체로 문제가 된 방송의 컨셉 자체를 비난하고 있지, 여자들을 싸잡아 비난하고 있는 게 아니다. 주된 비난의 초점은 일방적으로 남자를 실험대상으로 삼고, 그것을 여자의 기준에서 투표하여 등수를 매겼다는 점이다. 글쓴이가 언급했듯이 이 프로그램은 "여자 무개념도를 200%로 조정해놓고" 있다. 사회 통념에 부합하는 사고회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설정에 불과한 여자의 행동을 보고 모든 여자를 싸잡아 비난하지 않는다. 물론 세상에는 상식적인 사람만 있는 게 아니고, 남녀문제 떡밥이라면 무조건 물고 보는 종자들도 있다. 하지만 여자가 무개념으로 싸잡혀서 욕먹든 말든, 내가 그 무개념 여자가 아닌 이상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병신 배틀에 끼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병신 배틀에 끼어드신 것 자체에 유감은 없다. 글쓴이가 하고자 하는 얘기는 이거 같다. "방송에서 여자의 개념 없는 행동은 설정이다. 왜 이걸 가지고 여자 전체를 무개념으로 싸잡아 욕하는가?" 어조가 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러한 문제제기는 타당하다. 나로서는 남자가 뭐라고 싸잡혀서 욕을 먹든 말든 도대체 왜 내가 빡쳐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묶여서 욕먹는게 기분 나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제기는 근본적으로 똑같은 여자라 해도 가치관과 개념탑재 여부가 다르다는 점을 전제한다. 싸잡아서 욕하지 말라는 건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지도 않다.
여자들 싸잡아서 욕하지 말라면서 "여자들이 하는 생각은 다 이러하다"고 매우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완소 맥도날드 쿠폰 5장을 걸고 단언하건대 이 상황에서 글쓴이가 말한대로 "~안 할 거고, 안 할 것이며, 안하겠지만, 시발 정떨어져서 사귀겠냐?" 라고 생각하는 여자들은 많아야 절반에 불과할 것이다. 본인이 상식이라고 믿고 있다고 해서 그게 상식이 되는 건 아니다. 물론 글쓴이처럼 행동하는 여자는 본받아 마땅하다. 스스로 "나 자율심 개쩐다"라고 말씀하실 정도라면 웬만해서는 훌륭한 분일 것이다. (자율심이라는 단어가 이 문맥에 적합한지 여부는 논외로 하기로 하자.) 비꼬는 것이 아니고 진심이다. 하지만 여자들이 다들 그렇게 훌륭하지는 못하며, 훌륭할 필요도 없다. 남자든 여자든 굳이 칼같이 '자율심'을 내세우지 않고 둥글둥글하게 살아도 문제가 없다. 오히려 글쓴이처럼 누군가에게 본인의 '자율심'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비판을 받았을 때 필요 이상으로 발끈할 필요도 없고 '의존녀'로 전락하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불쾌감을 표시할 필요도 없으니 개인적으로는 더 편안하게 지낼지도 모른다.
심지어 글쓴이는 스스로 평범한 여성과 차별을 두고 있다. 나아가 그러한 평범한 여자를 은연중에 디스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긴다. 물론 평범한 여자가 뭘 의미하는지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어떻게 "여자들이 생각하는 바는 다 이러하다"고 잘라서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글쓴이는 여자들 싸잡아 욕하지 말라고 비분강개하면서, 정작 본인이 여자들을 하나로 싸잡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평범한 여자가 아니라고 자부하는 자신의 시각을 일반화하면서 말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트랙백 남길 때 댓글을 남기든 안 남기든 그건 무례함과 관련이 없다. 5년간 블로그 하면서 이런 걸 무례하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 하지만 글쓴이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럴 수 있다. 반박글을 읽어봐도 글쓴이를 함부로 "규정"하려는 의도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자율심'이 투철한 분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런 걸 이유로 사과를 요구하는 건 다르다. 본인이 믿는 바가 상식이고 옳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요구이기 때문이다.
제일 중요한 부분은 여긴데
글쓴이는 뜬금없이 이런 얘기를 한다. 지금 글쓴이가 보이고 있는 이런 반응이 바로 남자들이 화를 내고 있는 이유이다. 남자놈도 그다지 잘난 거 없잖아? 당연히 그렇다. 그런데 방송에서 여자는 상황을 미리 알고 있었고 남자는 실험대상이었다. "내가 만지지 말라고 했지. 니가 알아서 해" 하는 반응을 보인 남자가 0표를 받아 꼴찌를 했고, 지금 글쓴이에 의해 "매너라고는 개코딱지만큼도 안보이는 남자놈"으로서 욕을 먹고 있다. 왜 여자만 졸라 까냐고? 남자놈도 잘난 거 없다고? 지금 몰라서 하는 소린가. 그 방송을 통해서 까이고 있는 남자와 여자는 본질적으로 양상이 다르다. 여자 측은 모든 게 설정이었기 때문에 욕을 먹더라도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 의해 여자 전체가 싸잡혀서 욕을 먹는 게 전부이다. 방송에 출연한 그 여자는 전혀 욕을 먹고 있지 않다. 하지만 문제의 남자는 혼자서 독박을 쓰고 있다. 심지어 같이 방송 출연했던 다른 매너 좋은 남자들과 비교당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저 방송이 논란의 대상이 된 것도 이러한 반인권적인 실험에 문제제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제기는 병신 배틀도 아니고,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은 코웃음으로 넘어가면서, 왜 싸잡혀 있지도 않은 여자들을 본인이 몸소 싸잡는지 나는 이해가 안 된다.
저의 말투와 문제제기가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전 지금 빡쳐있지도 감정적이지도 않지만, 거슬리는 부분은 그냥 추임새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 뉴비밸리로 보냈다가 방송연예밸리로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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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시대 정신이다!